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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40

선셋 파크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저/송은주 역 | 열린책들 | 원서 : Sunset Park 2013년 3월 나온 폴 오스터의 ‘신작 장편’(이지만, 미국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다). 작가의 전작들에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갑작스러운 사건과 우연을 넘나들며 전개되는데,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좀 다른 점은 인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 재미있긴 마찬가지다. 주인공 마일스 헬러는 술•담배를 하지 않고, 식당에도 가지 않는데다가,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컴퓨터도 없는 집에서 “자신의 욕망을 조금씩 줄여나가서 이제는 아주 최소한도에 가까워”(p.11)진 채로 살아가는 스물여덟의 젊은이다. 의붓형의 죽음 때문에 힘들어하던 중 부모의 대화를 엿들으며 충격을 받고 가출한 지 7년이 넘었다. 그는 폐가 처리를 하는 “주택 보존.. 2013. 4. 25.
울분 울분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 원제 : Indignation (2008) 주인공 마커스는 한국전쟁이 시작된 해에 대학에 입학한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여 법률가가 되고 싶었다. 그게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p.47)이고,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는 코셔Kosher 정육점(유대인의 율법에 맞는 정결한 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운영하며 마커스에게 방학마다 일을 거들게 했고, 사촌 중 두 명은 전쟁에 나가 전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육점에서 일하며 동물의 피를 보는 게 역겨웠고, 전쟁에서 피를 보기는 더더욱 싫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아들을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걱정하기 .. 2013. 4. 11.
에브리맨 에브리맨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 원제 : Everyman 책을 사놓고, 읽기도 전에 기대에 부풀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이 소설은, 대체 어떤 건가. 에브리맨은, 보통 사람을 말한다. 누구나 에브리맨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나고, 일하고, 은퇴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죽음은 도처에 있지만 젊었을 때 그것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충수가 터지고 복막염에 걸려 이틀 동안 의식을 놓았다 찾았다 하면서도 의사에게 “언제 퇴원하죠? 1967년 가을을 놓치고 있잖아요”라고 물을 수 있는 게 젊음이다. –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모든 걸 다 놓칠 뻔했는데.”(p.47~48) 종.. 2012. 9. 1.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저/김훈 역 | 푸른숲 1954년부터 1993년까지 40년동안 “플레이보이”에 소개된 단편소설 중 매년 한 편을 뽑고, 그 중에서 다시 열 편을 선별하여 묶은 소설집이다. 이 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고, 지금은 품절상태다. 정가는 8천 원인데(당시 책 가격은 이 정도), 인터넷 중고 판매 가격은 이미 1만 원을 훌쩍 넘었다. 가브리엘 G 마르께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 업다이크 같은 작가의 이름을 보면, “플레이보이”건 뭐건 별 상관 없이 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이 단편집의 편집자는, “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아니면 자기애에서 파생된 것이든 ‘사랑’이라는 테마에 부합되는 소설”을 골랐다고 했는데, 애매한 것도 몇 편 있다. '삶에 대한 끊.. 2012. 8. 23.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저/이종인 역 | 열린책들 | 원제 : Invisible 폴 오스터는 어쩌자고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걸까. 이번 이야기는 1967년 봄에서 시작한다. 대학생인 ‘나’(애덤 워커)는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프랑스인 커플을 만난다. 남자(루돌프 보른)는 얼마 전 유산을 받았다며 애덤에게 돈을 줄테니 잡지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한창 창간을 준비를 하던 중 우연치 않게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애덤은 루돌프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후 40년의 세월이 흐른다. 애덤은 늙고 병까지 들어 언제 죽게 될 지 몰라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대학 친구인 짐에게 그 첫번째 이야기인 ‘봄’(1967년의 이야기)을 우편으로 보낸 후, 그 다음 전개가 어려워지자 시점을 2인칭으로.. 2012. 8. 1.
달의 궁전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450페이지의 묵직한 책이지만 읽다 보면 책 무게만큼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극단으로 몰고 간 세 남자의 이야기가 놀랍고, 환상적이고, 흥미롭다. M.S. 포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자라다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에는 외삼촌과 함께 지낸다. 외삼촌마저 객지에서 사망하자 그는 가난의 극한을 경험하는데, 키티 우라는 중국계 여성 덕분에 다시금 의욕을 찾고, 여든이 넘은 토마스 에핑(줄리안 바버였던 사나이)의 말벗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괴팍한 장님 노인 에핑은 일찍이 줄리안 바버였던 시절에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동굴에 처박혀 살다가 다시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며칠에 걸쳐 자신의.. 2012. 7. 2.
신탁의 밤 신탁의 밤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 원제 : Oracle Night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마트료시카 같은 소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주인공 시드니 오언은 사고를 당해 넉 달을 누워있다 죽지 않고 살아난 후, 한 문방구점에서 포르투갈산 푸른 노트를 구입하고 거기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닉 보언이라는 남자이고, 그는 우연찮은 한 사건을 계기로 홀연히 다른 도시로 떠나는데, 그가 손에 쥔 것이 "신탁의 밤"이라는 소설 원고다. "신탁의 밤"은 전쟁 중에 눈이 먼 영국군 대위가 주인공이고, 영국 대위는 눈이 먼 대신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시드니 오언은 닉 보언의 이야기와 영국군 대위 이야기를 쓰면서 돈벌이를 위해 영화시나리.. 2012.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