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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11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저 | 문학동네 | 2017년 05월 24일 작가의 이전 소설들도 다 재미있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렇다. 김영하는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잘 썼을까, 부럽다. 오랜만에 단편집이 나왔지만, 제목이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이전 소설집 제목은,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같은 거였으니까), 그래도 김영하 소설이니 재미있겠지 싶어 샀다. 읽고나서 김영하 소설을 한 번도 못 읽어본 누군가에게 주고 싶기도 했고.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의 두 사람이 아버지와 딸일 줄이야. 아버지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존하며 살다 마흔 넘어 노처녀가 된 딸이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적은 글이.. 2023. 1. 24.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 이영미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06-01 | 원제 ラオスにいったい何があるというんですか? (2015년)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는 "먼 북소리"에서 정점을 찍은 것 같고, 이 책은 보통 정도다. 물론 재밌다. 제목에는 '라오스'가 있지만, 라오스를 비롯하여 미국(보스턴,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클랜드, 뉴욕 등), 아이슬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그리스 미코노스 섬, 스페체스 섬, 그리고 일본 이야기도 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의 표지 컬러는, 몇 년 전 나온 이병률의 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같다. 2012년 재출간한 김화영 교수의 여행 에세이 "행복의 충격"도 같은 컬러의 .. 2016. 6. 19.
전락 전락 필립 로스 (지은이) | 박범수 (옮긴이) | 문학동네 | 2014-09-25 원제 The Humbling (2009년) 번역본 제목인 "전락"이 이 소설에 적합한가? 비록 이 소설이 이렇게 시작하고는 있지만, 그는 마력을 잃고 말았다. 욕구가 소진된 것이다. 그는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었고, 그의 연기는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었다. [...] 마지막에는 아무도 그의 연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다. 그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재능이 죽어버린 것이다. (p.9) 그래도, 이야기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비록 주인공 액슬러가 자살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 정.. 2016. 1. 17.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7-20 이렇게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소재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재주가 부럽다. 유치해보이는 '로봇'같은 소재로도 괜찮은 단편 소설이 나오는구나, 하는 걸 알았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자꾸 만나달라고 해서 차 한잔을 마시는데, 그 남자가 "저는 로봇입니다"라고 하다니. 그렇게 몇 번 만나다, 사랑에 빠져 고백하니 갑자기 남자, 아니 로봇이 떠나겠단다. 머릿속의 프로그램이, 떠나라고 경고한다나 뭐라나.(). 결혼을 앞둔 여자가, 전에 알던 남자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니, 남자가 결혼 전에 여행이나 한 번 가자고 하면서 거의 납치하다시피 강원도 바다까지 끌고가고, 거기서 건달인지 부랑자인지와 시비에 휘말려.. 2015. 11. 19.
브리다 브리다파울로 코엘료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년 | 원제 Brida (1990년) 작가가 순례길에 만난 한 여성의 얘기다. 아일랜드에서 로마로 순례한 그녀의 이름은 브리다(Brida). 더블린에 사는 스물 한 살의 브리다는 대학에 다니며 회사에서 비서 일로 돈을 벌고 있다. 물리학과 조교인 남자친구와 문제 없이 지내는 평범한 젊은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영靈과 마법에 관심이 있다는 것인데, 알고 보니 '영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능력은, 신비로운 힘을 배우고 싶어 마법사를 찾아가고, 신비주의 서적을 파는 서점을 들락거리다 서점 주인의 소개로 시내에 사는 마녀를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최면인지, 주술인지, 환영인지, 달의 전승이라는 것인지, 마녀와 하는 어떤 의식이라고 해야.. 2015. 9. 28.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은이) | 이세욱 (옮긴이) | 문학동네 | 2002-03-30 | 원제 Le Passe-Muraille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작가 마르셀 에메를 기리는 광장이 있고, 그 곳에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마르셀 에메의 대표작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주인공이 몽마르트르 언덕에 살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자신이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된 ‘매우 선량한 남자’ 뒤티유욀. 그의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 초자연의 세계를 넘나들며 전개되면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 벽으로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생존 시간 카드”는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대처.. 2014. 6. 7.
울분 울분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 원제 : Indignation (2008) 주인공 마커스는 한국전쟁이 시작된 해에 대학에 입학한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여 법률가가 되고 싶었다. 그게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p.47)이고,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는 코셔Kosher 정육점(유대인의 율법에 맞는 정결한 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운영하며 마커스에게 방학마다 일을 거들게 했고, 사촌 중 두 명은 전쟁에 나가 전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육점에서 일하며 동물의 피를 보는 게 역겨웠고, 전쟁에서 피를 보기는 더더욱 싫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아들을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걱정하기 .. 2013.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