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7-20
이렇게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소재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재주가 부럽다. 유치해보이는 '로봇'같은 소재로도 괜찮은 단편 소설이 나오는구나, 하는 걸 알았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자꾸 만나달라고 해서 차 한잔을 마시는데, 그 남자가 "저는 로봇입니다"라고 하다니. 그렇게 몇 번 만나다, 사랑에 빠져 고백하니 갑자기 남자, 아니 로봇이 떠나겠단다. 머릿속의 프로그램이, 떠나라고 경고한다나 뭐라나.(<로봇>). 결혼을 앞둔 여자가, 전에 알던 남자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니, 남자가 결혼 전에 여행이나 한 번 가자고 하면서 거의 납치하다시피 강원도 바다까지 끌고가고, 거기서 건달인지 부랑자인지와 시비에 휘말려 여자 혼자 택시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이야기(<여행>)도 있고, 신비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던 가수가 갑자기 목소리가 안나오더니 '악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악어>)
13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두 재미있다. 5년 전에 나온 소설인데 왜 이제 읽었을까. 김영하 소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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