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이면서 에밀 아자르이기도 한 작가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쓴 소설이다. 로맹 가리는 주인공 미셸을 통해 '여자'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닌 남자의 삶을, 아주 우아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마흔 다섯의 항공기 조종사 미셸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불행에 취해 있'던 그날,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난다. 마흔세 살의 리디아. 마침 그 여자도 불행 속에 있었다.
"택시 문을 열고 내리다가 나는 그 여자와 부딪쳤다. 여자가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빵, 달걀, 우유가 인도 위로 흩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p.7)
둘은 잠깐 대화를 나눈 후 헤어진다. 남자는 '품위'나 '예의' 때문에 그녀를 놓쳐버릴까 걱정이었고, 여자는 아닌 척 했지만, 사실 그에게 주소를 적어주면서 자신의 집에 찾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그 여자의 집에 찾아갔을 때 여자는 갑자기 흐느껴 운다. 6개월 전에 그녀에게 닥친 불행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난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 따윈 전혀 없어요"
미셸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에서 멀리 달아나려는 중이었고, 리디아는 남편과 딸을 잃은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룻밤 동안 일어난 둘의 이야기는 사실, 공감하기도, 그냥 이해하려 하기에도 힘들다. 번역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낯선 정서, 그리고 책 속에서나 있을 법한 말투로 대화하는 두 사람 때문이다. 너무나 이국적인 장면들, 이를테면 분홍색 푸들과 침팬지가 파소도블레(라틴아메리카의 춤)를 추는 무대, 리디아의 남편 생일을 기념하는 러시아식 파티 따위도 그랬다. 오래도록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가 '여자의 빛' 없이는 못산다며 처음 만난 여자와 밤을 보낸다? 그가 보기에 지나가는 보통의 남자들은 '사랑을 구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품위 있고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고, 보통의 여자들은 '건조한 눈빛에서는 기도의 빛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목수정 씨의 '야성의 사랑학'이 생각났다.
책 속 구절:
- Vous connaissez señor Galba?
- J'avoue que... Galba?
- Galba.
- C'est un abstrait?
- Non : un illustratif. Une visino très personnelle de la vie et de la mort. C'est un peu cruel, un peu brutal mais...
Il médita.
- Je n'aime pas beaucoup l'art du coup de poing dans la gueule. J'ai horreur de tout ce qui tue la sensibilité.
- Je ne suis pas d'accord. Parfois, tuer la sensibilité, c'est une question de survie. (p.87)
"혹시 세뇨르 갈바를 아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소. 갈바?"
"갈바요."
"추상화가요?"
"아뇨, 일러스트레이터랍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비전을 그리죠. 좀 잔인하고 생경한......"
그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사람 면전에 주먹을 들이대는 것 같은 예술은 좋아하지 않소. 감성을 죽이는 건 모두 두렵다오."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생존의 문제 때문에 감성을 죽여야 하니까요."
Elle était couchée. Elle souffrait déjà beaucoup. J'étais penché sur elle... Une main forte, une présence virile, rassurante, dans le genre "je suis là..." De quoi crever. Elle m'avait touché la joue, du bout des doigts. "Tu m'as telle ment aimée que c'est presque mon oeuvre. Comme si j'avais réussi vraiment à faire quelque chose de ma vie. Ils peuvent toujours essayer, ceux qui se comptent par millions : seul un couple peut le réussir. On ne peut compter par millions que jusqu'à deux." (p.130)
그녀가 누워 있소. 이미 몹시 고통을 받고 있소. 나는 그녀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소. '내가 있잖아' 하며 상대를 안심시키는 남자다운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이오. 미칠 것 같았소. 그녀가 손가락 끝으로 내 볼을 만졌소. '당신이 나를 어찌나 사랑해주었는지 이건 거의 내 작품 같아. 마치 내가 내 삶으로 정말 뭔가를 만들어낸 것 같아. 수백만의 사람이 언제나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성공을 거두는 건 오직 하나의 커플뿐이야. 수백만 중에서 둘도 성공하기 어렵다니까.'
Je touchai ses lèvres, les effleurant longuement, pour que mes doigts continuent à bénir. Ma main alla puiser dans sa chevelure, qui avait pris à l'âge ce qu'il avait de plus clair, et dans ses rides, celles du sourire, celle du front, verticale, comme crucifiée entre ses deux ailes, et celles du regard, si douces, si finement creusées. La vie est célèvre pour ses travaux.
- Alors, tu es là, il y a clai de femme. D'autres hommes sont peut-être capables de vivre ailleurs, mais pas moi. (p.144)
나는 그녀의 입술을 오래도록 쓰다듬었다. 내 손가락들이 줄곧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이어 내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세월로부터 보다 밝은 것을 취해 하얗게 센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나아가 그녀의 주름 속으로 들어갔다. 미소가 만드는 주름, 날개 사이에 자리 잡은 십자가 같은 이마의 세로 주름, 부드럽고 섬세하게 파인 눈가의 주름 속으로. 세월이 해놓은 일. 삶은 자신이 해놓은 작업으로 명성을 누릴 만하다.
"그러니까 당신이 거기 있군. 여자의 빛이 있어. 다른 남자들은 그것 없이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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