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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by mariannne 2012. 8. 23.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저/김훈 역 | 푸른숲
 

1954년부터 1993년까지 40년동안 “플레이보이”에 소개된 단편소설 중 매년 한 편을 뽑고, 그 중에서 다시 열 편을 선별하여 묶은 소설집이다. 이 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고, 지금은 품절상태다. 정가는 8천 원인데(당시 책 가격은 이 정도), 인터넷 중고 판매 가격은 이미 1만 원을 훌쩍 넘었다. 가브리엘 G 마르께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 업다이크 같은 작가의 이름을 보면, “플레이보이”건 뭐건 별 상관 없이 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이 단편집의 편집자는, “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아니면 자기애에서 파생된 것이든 ‘사랑’이라는 테마에 부합되는 소설”을 골랐다고 했는데, 애매한  것도 몇 편 있다. '삶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 그건 맞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 가브리엘 G. 마르케스
거구에, 무겁고, 잘생긴, 에스테반이라 짐작되는 남자의 시체가 작은 마을 바닷가에서 발견된다. 여자들은 야단법석이고 남자들은 그녀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짧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마르케스의 소설은, 특히 단편은 대부분 재미있다.  


정부(情婦) - 로리 콜윈
보통의 정부(情婦)라 하면 ‘고급 호텔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악어백 속에서 담배 케이스를 꺼내는’ 세련된 여자겠지만, 이 소설 속 조세핀은 ‘낡아빠진 코듀로이 바지에 회색 스웨터, 그리고 남동생이 입던 색바랜 셔츠를 입고 뒤꿈치에 전선줄을 감은 다 떨어진 장식 없는 구두’를 신는 여자다. 여자는 말한다. “받아들이세요. 우리의 관계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남자는 묻는다.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고 싶은데, 이 작품 외에 국내 번역된 소설 몇 권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다. 뭐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겠지만.

타인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다. 편집자는 이걸 두고 ‘자기애’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주인공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작가의 이름과 같다)는 1969년 2월 케임브리지에서 1918년 제네바에 있는 보르헤스를 만난다. 50년이 넘는 과거의 자신이다. 짧은 소설이고, 보르헤스의 다른 난해한 작품에 비하면 읽기 편하다.

매춘부 전성시대 - 리처드 메디슨
어느 날 저녁, 프랭크와 실비아가 사는 집에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인간시장센터’에서 나온 매춘부다. 부부는 깜짝 놀란다. 경찰에 신고도 한다. 이후 매일 다른 매춘부가 그들의 집을 방문한다. 짧은 개그 같은 소설이다.

하얀 거짓말 - 폴 테로
사기꾼에 가까운 남자 제리의 사생활은 옆에서 보기 민망할정도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제리가 아니라 옆에 있는 닥(Doc)이다. 아프리카 생활을 우습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웃집 남자 - 필립 로스
굉장히 미국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 재미있다.

줄리엣과 월터는 행복한 부부는 아니다. 월터는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월터는 어느 날 이웃집 남자가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걸 보게 되고, 줄리엣과 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줄리엣은 희곡(Play)을 쓰고 있는데, 월터는 그게 그 남자와의 장난(Play)이라는 말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은 어찌 됐을까…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 선 오페일런
권태를 극복하려는 부부의 노력, 가상하다. 집에서 부부가 나누는 대화라고는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라는 말 뿐이지만, 밖에서 만나 초면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처음의 설레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역시 같은 모습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안전한 사랑 - 톰 보일

한 편의 코믹 드라마다. 세균과 병균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여자는 늘상 혐오스러운 풍습과 전염병같은 더러운 것들에 대한 얘기만 한다. 여자가 남자와의 '육체적인 접촉'을 위해 준비한 것은, 스웨덴제품이다. 거대한... 비닐 옷! 


섬 - 밥 샤코치스

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틸만의 어머니는 60도 안되었는데 갑자기 '신비롭게' 죽었다. 경찰은 부검을 하자고 하는데, 틸만은 어이가 없다. 그게 자연사가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일단 냉동고에 어머니를 모시고 나서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엉뚱한 결심을 한다. 왠지 조지 클루니의 "디센던트"가 생각났다.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그게 '섬'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런걸까?


혼란스런 여행 - 존 업다이크

부유한 총각의 여유로운 이집트 여행 이야기. 다른 소설에 비해 좀 지루하다.

 

굳이 고르자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정부' '타인' '하얀거짓말' '이웃집 남자' '안전한 사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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