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에브리맨

by mariannne 2012. 9. 1.

 

에브리맨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 원제 : Everyman


책을 사놓고, 읽기도 전에 기대에 부풀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이 소설은, 대체 어떤 건가.

 

에브리맨은, 보통 사람을 말한다. 누구나 에브리맨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나고, 일하고, 은퇴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죽음은 도처에 있지만 젊었을 때 그것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충수가 터지고 복막염에 걸려 이틀 동안 의식을 놓았다 찾았다 하면서도 의사에게 “언제 퇴원하죠? 1967년 가을을 놓치고 있잖아요”라고 물을 수 있는 게 젊음이다. –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모든 걸 다 놓칠 뻔했는데.”(p.47~48)

 

종말과의 무시무시한 만남? 나는 이제 겨우 서른넷인데! 망각을 걱정하는 일은 일흔다섯에 가서 하면 돼!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머나먼 미래에는 궁극적인 파국 때문에 괴로워할 시간이 남아돌 거야! (p.39~40)

 

주인공은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다.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 둘은 주인공을 미워한다. 그가 바람을 피워 어머니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결혼도 역시 외도로 파탄이 나지만, 두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딸 낸시는 다행히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는다. 세 번째 결혼은 실수였다. “자기 나이의 반밖에 안 되는 이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을 깨버린 셈이었기 때문에, 내친 김에 그녀를 세번째 부인으로 삼아 모든 일을 다시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두말할 필요 없는 논리적인 일로 보였던 것”인데,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혼자가 되었을 때 그는 혼자 쌍둥이를 키우는 딸 낸시와 함께 살거나 형 하위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그러나 몸이 아프고,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결국 그의 주위에는 누가 있었나.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여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p.188)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보통 사람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짧은 소설의 여운은 아주 길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하나의 인생을 읽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막히게 재미있는 이야기 27가지  (0) 2012.10.21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0) 2012.10.16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0) 2012.08.23
소문  (0) 2012.08.14
보이지 않는  (0) 2012.08.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