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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44

스토너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원서 : Stoner 시대도, 장소도, 소설의 스케일도, 주인공의 성격도, 그리고 물론 줄거리도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며 펄벅의 "대지"가 생각났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과도 닮았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그냥 "스토너"다.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결국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익숙한 주인공이라고 느껴지는 건, 스토너의 성격이 평범하고 무던해서 그럴 것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고, 그에게는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해 농사를 더 잘 지을 생각을 했지만, 운명처럼 문학에 빠져들었고, 영문과 조교수가 된다. 대학에서 만난 친한 친구 둘 중 하나는 제1차.. 2023. 1. 8.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은이) | 예담 | 2016-10-18 이게 "고래"를 쓴 작가 천명관의 소설이라니. 재미있다는 평에 솔깃해 읽긴 했는데, 재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천명관에게 기대한 그런 재미는 아니란 말이다. 인천 주안역 뒷골목 편의점에서 시작되는 건달들의 이야기에, 삼류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다. 2016. 11. 27.
솔로몬 왕의 고뇌 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마음산책 | 2012-06-10 | 원제 L'angoisse du roi Salomon (1979년) 수리공이면서 택시 운전사인 젊은이 장. "외모는 험상궂어도 눈빛만은 온기와 편안함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p.21)은 그는 어느 날 한 노인을 태운다. 멋진 콧수염과 하얀 턱수염을 가진, 무척 품위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여든네 살의 솔로몬 루빈스타인이다. 한때 '기성복의 제왕'으로 이름을 날리며 큰 돈을 벌게 된 솔로몬은 은퇴 후 소일 삼아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전화로 상담을 해 주는 '봉사의 구조회'라는 협회에 자신의 아파트 일부를 내주고, 나이 많은 노인들을 따로 돌보는 것이다. 솔로몬은 장에게 자신의 일을 도와줄 것을 제안한다. .. 2016. 7. 3.
신원 미상 여자 신원 미상 여자 파트릭 모디아노 (지은이) | 조용희 (옮긴이) | 문학동네 2003-12-09 | 원제 Des inconnues (1999년) "신원 미상 여자"라니...... 다른 제목으로 할 순 없었을까?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머물게 된 각기 다른 세 여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타이피스트로 몇 개월 일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열여덟에 처음으로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으로 바캉스를 떠난 첫 번째 여자. 고향으로 돌아온 후, 의류회사에서 모델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응시했다 거절당하고 무작정 파리로 간다. 바캉스 때 잠깐 만난 여자의 도움으로 파리의 아파트에 살며 한 남자를 소개받는데, 그 남자의 정체는 모호하기만 하다. 어느날 갑자기 남자가 사라지.. 2016. 4. 30.
낮잠형 인간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지은이) | 양진성 (옮긴이) | 문학테라피 | 2014-07-08 프랑스의 88만 원 세대 이야기인가? 뭐 그 비슷한 암울한 상황의 젊은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쓴 소설이다. 석사학위까지 갖고 있지만 '게으름뱅이에 둔하고, 스물여덟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p.9) 주인공 아무개 씨. "생활비는 벌어야 할 거 아냐!"라는 말을 듣고 집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자 파리에서 살고 있는 대학 친구 스테파니의 '공동 거주'에 합류한다. 비슷한 처지의 '브뤼노'와 거실에서 칸막이를 쳐놓고 지내다가 방송국 수습직 일자리를 얻지만, 간부의 은밀한 '동성애' 유혹에 일을 그만두고, RMI(우리나라의 실업수당같은, 소득 없는 사람에게 프랑스 정부에서 주는 수당이다).. 2016. 4. 16.
유령 퇴장 유령 퇴장필립 로스 (지은이) | 박범수 (옮긴이) | 문학동네2014-08-01 | 원제 Exit Ghost (2007년) 배경은 뉴욕, 200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즈음 며칠간의 일이다. 뉴욕을 떠나 11년 동안 버크셔 시골 마을에 은둔하던 주인공 네이선 주커먼은 그동안 전립선 절제를 위해 도시에 한 번 나왔고, 이제 다시 요실금 치료를 위해 뉴욕을 찾았다. 도시를 떠날 때는 나름 혈기 왕성한 예순이었고, 지금은 일흔 하나의 노구가 되었다. 전립선 절제 후 '신경 손상에 의한 발기부전을 피해가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채, 소변 줄기도 제대로 조절할 수 없는 그런 노인이 된 것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 "전락"과 마찬가지로, 노년의 로맨스에 대한 환상이 여기에서도 펼쳐진다. 이번에는 정말 그저 환.. 2016. 1. 24.
전락 전락 필립 로스 (지은이) | 박범수 (옮긴이) | 문학동네 | 2014-09-25 원제 The Humbling (2009년) 번역본 제목인 "전락"이 이 소설에 적합한가? 비록 이 소설이 이렇게 시작하고는 있지만, 그는 마력을 잃고 말았다. 욕구가 소진된 것이다. 그는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었고, 그의 연기는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었다. [...] 마지막에는 아무도 그의 연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다. 그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재능이 죽어버린 것이다. (p.9) 그래도, 이야기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비록 주인공 액슬러가 자살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 정.. 2016.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