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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솔로몬 왕의 고뇌

by mariannne 2016. 7. 3.

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마음산책 | 2012-06-10 | 원제 L'angoisse du roi Salomon (1979년)  


수리공이면서 택시 운전사인 젊은이 장. "외모는 험상궂어도 눈빛만은 온기와 편안함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p.21)은 그는 어느 날  한 노인을 태운다. 멋진 콧수염과 하얀 턱수염을 가진, 무척 품위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여든네 살의 솔로몬 루빈스타인이다. 한때 '기성복의 제왕'으로 이름을 날리며 큰 돈을 벌게 된 솔로몬은 은퇴 후 소일 삼아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전화로 상담을 해 주는 '봉사의 구조회'라는 협회에 자신의 아파트 일부를 내주고, 나이 많은 노인들을 따로 돌보는 것이다. 솔로몬은 장에게 자신의 일을 도와줄 것을 제안한다. 

장은 '솔로몬 리스트'에 있는 노부인들을 찾아가 과일이나 꽃도 전달하고, 솔로몬 씨가 개인적으로 지급하게 될 '종신연금'의 기쁜 소식도 전한다. (그 소식을 듣고 감격해 충격으로 숨을 거둔 이폴리트 라빌 씨도 있다.) 코라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마드무아젤 코라 라므네르는 예순 다섯의, 전직 가수다. "똑바로 자른 앞머리가 이마 중간쯤까지 내려오는 뱅 스타일'로, 얼굴과 목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이, 젊었을 때의 영화를 다시 꿈꾸고 있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늙은 여자일 뿐이다. 한 번의 사랑에 실패해 혼자 살고 있지만, 솔로몬과는 삼십년 넘게 서로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책 속의 솔로몬은 '위대한' 개츠비인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청년 플로렌티노 아리사인가. 어느 일요일, 솔로몬이 하얀 장미 서른여섯 송이와 빨간 장미 서른여섯 송이를 코라에게 건네면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린 둘은 드디어 함께하게 된다. 그 둘이 과거의 앙금을 잊고 남은 인생을 니스에서 편안하게 보내길 바라는 장의 소원대로다.  

작가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1975)으로 공쿠르 상을 받고  "가면의 생"(1976)을 쓰면서 '마지막 소설'이라고 했지만, 몇 년 후 "솔로몬 왕의 고뇌"(1979)를 내놓는다. 그리고 다음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책 속 구절: 
"젊은이들의 눈에 불꽃이 있다면, 노인들의 눈에는 빛이 있기 때문이지!" (p.399) 




프랑스에서 출간된 "L'angoisse du roi Salomon"에는, 정말 솔로몬 왕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은 '똑똑하고, 부자이면서, 여자를 밝히는 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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