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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좀머 씨 이야기

by mariannne 2016. 10. 11.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은이) | 장 자크 상뻬 (그림) | 유혜자 (옮긴이) | 열린책들 | 1999-12-10 | 원제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


정확치는 않지만 이 책을 십 수 년도 더 전에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읽고 난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왜 그렇게 많이 팔리고, 왜 그리 화제였을까, 하는 생각도 여전하구나. 

화자의 어린 시절,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이 몸이 가볍고 재빠른 시절에 동네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한 아저씨가 있었으니, 이름은 페터인지 파울인지 하인리히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좀머 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급하게 걷기만 하는 좀머 씨는 분명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다. 

비가 억수로 내리다가 우박으로 변해 앞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퍼붓던 날, 화자는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좀머 씨를 만난다. 운전을 하고 있던 아버지는 좀머 씨를 향해 "그러다가 죽겠어요!"라고 외치며 차에 탈 것을 권했지만 좀머 씨는 오히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소리친다. 좀머 씨의 이  말은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심정이라는 얘기들을 했다.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머 씨 이야기"가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생계를 책임지던 부인이 죽은 후에도 좀머 씨는 계속 걸었다. 며칠 씩 행방을 알 수 없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여러 해가 지났다. 화자가 좀머 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친구집에 다녀오다 자전거가 고장나 잠시 손보던 그 날이다. 멀리 보이는 호수가에서 호수 안쪽으로 그대로 걸어가 사라진 좀머 씨. 그 이후 아무도 좀머 씨를 보지 못했고, 화자는 아무에게도 자신이 본 것을 말하지 않았다. 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에서 극작가 앙뜨완도 그렇게 죽었다. 좀머 씨도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고... 그나저나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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