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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75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저 | 해냄 | 2017년 03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소설은 소재도, 문체도 무난하고 흥미로워 잘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 개인의 전사(戰士)적 기질, 뭔지 모를 거북함 때문에 꺼려지기도 하고. 이번 소설은 라디오 방송 광고에서 나오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줄거리 때문에 궁금해서 읽게 됐다. 몇 달 전인 2017년 4월에 출간된 단편집이지만, 알고 보니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쓴 단편 중 다섯 편을 골라 낸 것이다. 그 중 세 편이 '작가 공지영' 자신이 주인공이다. 일부러 그런 걸 고른건지, 아니면 요즘 쓰는 단편들이 그런건지 모르겠다. *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까봐 적어 놓는 줄거리 월춘장구(越春裝具) 작가 공지영의 이야기. 글을 쓰기 위해 강원도,.. 2023. 2. 6.
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채만식 저 / 한형구 편 | 문학과지성사 친일파 작가로 알려져 있는 채만식은 1902년 군산에서 태어나 1950년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레디메드 인생"(1934), "태평천하"(1938), "탁류"(1938)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친일파인데 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채만식의 작품이 실리고, 여전히 그의 소설이 널리 읽히는 걸까? 채만식은 스물 셋에 소설가로 등단한 후 동아일보 기자로 잠깐 일하다가 그만두고, 서른 무렵부터 많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KAPF(카프, 1925년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구성원 대량 검거 사태를 계기로 2년여 동안(1934~1935) 절필하기도 했는데, 이후 발표한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거기까지였다.. 2023. 1. 26.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저 | 문학동네 | 2017년 05월 24일 작가의 이전 소설들도 다 재미있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렇다. 김영하는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잘 썼을까, 부럽다. 오랜만에 단편집이 나왔지만, 제목이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이전 소설집 제목은,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같은 거였으니까), 그래도 김영하 소설이니 재미있겠지 싶어 샀다. 읽고나서 김영하 소설을 한 번도 못 읽어본 누군가에게 주고 싶기도 했고.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의 두 사람이 아버지와 딸일 줄이야. 아버지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존하며 살다 마흔 넘어 노처녀가 된 딸이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적은 글이.. 2023. 1. 24.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저 | 나남 사람들은 김성수를 '김약국'이라 불렀다. 큰아버지의 뒤를 이어 얼마간 약국을 하다 그만두고 어장(漁場)을 경영하는 성수 영감을 통영사람들은 여전히 '김약국'이라 부르는 것이다. 김약국의 비극은 부모대로부터 시작한다. 아버지 김봉룡은 첫 아내가 시집온 지 이태만에 죽고나자(맞아서 골병이 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김약국의 어머니 숙정과 결혼한다. 김약국이 갓난아이일 때, 숙정을 잊지못해 얼굴이나 보자고 고향마을에서 한 남자가 찾아왔고, 그걸 본 김봉룡이 숙정을 의심하고 그 남자를 죽이겠다고 뒤쫓아 가자, 억울한 숙정이 비상을 먹고 자살한다.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김봉제의 집에서 자란 김약국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도깨비집'이 된 자신의 생가를 찾아 그곳에서 가.. 2023. 1. 19.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32 사랑을 믿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32 사랑을 믿다 : 2008년도 제 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등저 | 문학사상 연초에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를 읽고나서, 뭔가 더 읽어볼까 하며 고른 게 이 책이다. 2008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품집이다.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와 권작가의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에도 역시 술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책의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아도(심지어 머릿속에서 두 작품의 내용이 섞였다), '제육과 해물의 반반' 안주나 맥주에 안동소주를 섞어마시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옥상에 옥탑방을 얹은 낡은 삼층짜리 건물'을 여자주인공에게 유산으로 남겨준 큰고모가 등장하는 게 수상작 "사랑을 믿다"이고, 대학때 친하게 지난 P형을 생각하며 친구와 와인을 마시고, 부추만두, 새우.. 2023. 1. 9.
안녕 주정뱅이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저 | 창비 권여선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게 작년인데, 20년 전에 등단한 이 작가를 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작가의 이름도 평범하고, 그동안 출간한 책의 제목도 하품나게 심심해서였을거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나 "푸르른 틈새" 같은 것들. 게다가 2008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도 "사랑을 믿다"라니. 이 소설집은 2016년 봄에 출간되었는데, 그즈음에 책 소개 코너에서 제목을 눈여겨 봤고, 그러다가 얼마전 잘 아는 후배의 추천까지 받은 바람에, 읽었다. 내 취향에 아주 잘 맞는 소설로, 한 편 한 편 읽어버리는 게 아깝기만 했다. 나이가 더 들어버린 정이현을 만난 느낌이랄까. 소설집 속에 "안녕 주정뱅이"라는 소설은 없다. 다만 모든 단편에 '술'이 등장하고.. 2022. 12. 30.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은이) | 예담 | 2016-10-18 이게 "고래"를 쓴 작가 천명관의 소설이라니. 재미있다는 평에 솔깃해 읽긴 했는데, 재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천명관에게 기대한 그런 재미는 아니란 말이다. 인천 주안역 뒷골목 편의점에서 시작되는 건달들의 이야기에, 삼류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다. 2016.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