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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281

나오미와 가나코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저 / 김해용 역 | 예담 | 2015년 05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게,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빠져들어 500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을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긴 한데, 이전에 알았던 오쿠다 히데오의 유머 감각 같은 건 없고, 누가 썼는지 구분이 안 되는 보통의 일본소설 같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대학 동창으로, 지방 출신에, 사투리를 쉽게 고치지 못해 도쿄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금세 친해졌다. 둘은 20대 후반으로, 나오미는 '당차고 딱 부러'지는 성격에, 미혼이며, 백화점에서 근무한다. 가나코는 '부드러운 데다가 조심스러운 편'이고,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행원과 결혼하며 전업주부가 되었다. 어느 날 가나코가 남편의 .. 2023. 1. 27.
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채만식 저 / 한형구 편 | 문학과지성사 친일파 작가로 알려져 있는 채만식은 1902년 군산에서 태어나 1950년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레디메드 인생"(1934), "태평천하"(1938), "탁류"(1938)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친일파인데 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채만식의 작품이 실리고, 여전히 그의 소설이 널리 읽히는 걸까? 채만식은 스물 셋에 소설가로 등단한 후 동아일보 기자로 잠깐 일하다가 그만두고, 서른 무렵부터 많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KAPF(카프, 1925년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구성원 대량 검거 사태를 계기로 2년여 동안(1934~1935) 절필하기도 했는데, 이후 발표한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거기까지였다.. 2023. 1. 26.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저 | 문학동네 | 2017년 05월 24일 작가의 이전 소설들도 다 재미있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렇다. 김영하는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잘 썼을까, 부럽다. 오랜만에 단편집이 나왔지만, 제목이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이전 소설집 제목은,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같은 거였으니까), 그래도 김영하 소설이니 재미있겠지 싶어 샀다. 읽고나서 김영하 소설을 한 번도 못 읽어본 누군가에게 주고 싶기도 했고.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의 두 사람이 아버지와 딸일 줄이야. 아버지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존하며 살다 마흔 넘어 노처녀가 된 딸이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적은 글이.. 2023. 1. 24.
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저 / 노진선 역 | 푸른숲 | 2016년 07월 18일 | 원서 : The Kind Worth Killing 계속되는 반전(反轉)이랄까,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전개로 끝까지 재미를 준 소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은 누구일까? '죽어' 마땅한(deserve to die) 사람이 아니고, '죽여' 마땅한(worth killing)사람이다. 즉, 이 책에서는 그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같은 살인자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죽는 사람은, 어린 여자를 성추행한 남자, 양다리를 걸친 남자, 바람을 피운 커플뿐 아니라, 아내를 죽이려 모의한 (사실은 별 죄도 없는) 남자 등이다. 이 모든 죽음과 관련 있는 여자 주인공 릴리는 끝까지 살아 남지만, 그녀의 범죄가 세상.. 2023. 1. 23.
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저 | 나남 사람들은 김성수를 '김약국'이라 불렀다. 큰아버지의 뒤를 이어 얼마간 약국을 하다 그만두고 어장(漁場)을 경영하는 성수 영감을 통영사람들은 여전히 '김약국'이라 부르는 것이다. 김약국의 비극은 부모대로부터 시작한다. 아버지 김봉룡은 첫 아내가 시집온 지 이태만에 죽고나자(맞아서 골병이 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김약국의 어머니 숙정과 결혼한다. 김약국이 갓난아이일 때, 숙정을 잊지못해 얼굴이나 보자고 고향마을에서 한 남자가 찾아왔고, 그걸 본 김봉룡이 숙정을 의심하고 그 남자를 죽이겠다고 뒤쫓아 가자, 억울한 숙정이 비상을 먹고 자살한다.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김봉제의 집에서 자란 김약국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도깨비집'이 된 자신의 생가를 찾아 그곳에서 가.. 2023. 1. 19.
추락 추락 J. M. 쿳시 저/왕은철 역 | 동아일보사 | 원제 : Disgrace (1999) 쉰둘의 이혼남 데이비드 루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어느 토요일 저녁, 길에서 그의 낭만주의 시(詩) 강의를 듣는 스물 한 살의 멜라니 아이삭스를 발견하고 갑작스레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그녀 역시 그가 싫지 않은 듯 그의 유혹에 화답한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나 관계를 가졌고, 그게 문제가 되어 학교에서는 '성희롱 교수'를 처벌하려는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루리는 학교에서 쫓겨났고, 멀리 떨어져 사는 딸 루시를 만나러 동부 케이프로 간다. 루리의 딸 루시는 케이프의 도심에서 몇 마일 떨어진 한적한 농장에서 혼자 살고 있다. 함께 살던 여자친.. 2023. 1. 17.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32 사랑을 믿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32 사랑을 믿다 : 2008년도 제 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등저 | 문학사상 연초에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를 읽고나서, 뭔가 더 읽어볼까 하며 고른 게 이 책이다. 2008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품집이다.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와 권작가의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에도 역시 술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책의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아도(심지어 머릿속에서 두 작품의 내용이 섞였다), '제육과 해물의 반반' 안주나 맥주에 안동소주를 섞어마시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옥상에 옥탑방을 얹은 낡은 삼층짜리 건물'을 여자주인공에게 유산으로 남겨준 큰고모가 등장하는 게 수상작 "사랑을 믿다"이고, 대학때 친하게 지난 P형을 생각하며 친구와 와인을 마시고, 부추만두, 새우.. 2023.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