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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나오미와 가나코

by mariannne 2023. 1. 27.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저 / 김해용 역 | 예담 | 2015년 05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게,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빠져들어 500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을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긴 한데, 이전에 알았던 오쿠다 히데오의 유머 감각 같은 건 없고, 누가 썼는지 구분이 안 되는 보통의 일본소설 같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대학 동창으로, 지방 출신에, 사투리를 쉽게 고치지 못해 도쿄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금세 친해졌다. 둘은 20대 후반으로, 나오미는 '당차고 딱 부러'지는 성격에, 미혼이며, 백화점에서 근무한다. 가나코는 '부드러운 데다가 조심스러운 편'이고,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행원과 결혼하며 전업주부가 되었다. 어느 날 가나코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나오미가 알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나오미의 백화점에서는 3천만 원짜리 시계가 없어지는 도난 사고가 일어났고, 범인은 중국 여자 리아케미였다. 그녀는 시계를 훔쳐가서는 '그냥 나눠주는 시계인 줄 알았다'며 뻔뻔스럽게 말했고, 이 사고를 담당한 나오미는 리 씨를 보며 그녀의 어이없는 당당함에 묘한 동경을 갖는다. 그게 발단이었을지 모른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고, 나오미 역시 그랬다. 하지만 계속 얻어맞는 친구 가나코를 보며 리아케미에게 이것을 털어놨을 때, 리 씨의 "나 같으면 상하이로 같이 여행 가서 거기에서 갱한테 의뢰해 죽일 것"이라는 대답에 기운을 얻는다. 나오미는, 가나코와 함께 가나코 남편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 다음은 정말 소설처럼, 주위의 모든 기운이 그녀들을 도와준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둘은 가나코 남편을 목졸라 살해하고, 야산에 묻는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반. 그다음은 범인을 찾기 위한 주위의 움직임이 있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까 봐 적어놓는 결말

우연히도 가나코 남편인 다쓰로와 꼭 닮은 중국인 불법체류자를 발견했고, 또 우연히도 나오미가 '치매 초기의 미망인' VIP 고객을 맡게 되어 그녀를 은행원인 다쓰로에게 소개해 줄 수 있었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다쓰로 제거 작전'이 전개될 수 있었을까. 

나오미와 가나코는 아파트, 은행, 공항 주위의 CCTV를 반만 이용했고, 미처 생각지 못한 나머지 반의 단서를 남겼다. 미궁 속에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다쓰로의 친여동생 요코의 집요한 추적으로 경위가 밝혀지기에 이르렀고,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나오미와 가나코는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둘은 '완전범죄'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살인범으로 체포되지는 않고 '도망자의 자유'를 찾을 수는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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