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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47

아름다운 하루 아름다운 하루 안나 가발다 저/허지은 역 | 문학세계사 | 원서 : L'Echappee belle 안나 가발다의 짧은 소설. 프랑스에서는 이런 짧은 소설을 ‘크레이프’라고 한단다. 가볍게 먹기 좋은 간식인 크레이프를 소설에 비유한 것이다. “아름다운 하루”는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어린시절을 보낸 사남매-시몽, 롤라, 가랑스, 벵상-가 사촌의 결혼식을 계기로 모두 모여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이야기로 문장은 짧고 간결하며, 소설 속 남매들이 보낸 하루는 맑고 눈부시다. 안나 가발다는 2009년 프랑스에서 가장 책이 많이 팔린 소설가 10명 중 4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책 “아름다운 하루 L'Echappee belle”가 재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한 해 동안 그녀의 책이 모두 78만여 권 팔렸단다. .. 2011. 12. 13.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저/김민정 역 | 문학세계사 말랑말랑한 연애소설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의 작가 안나 가발다의 첫 작품집이다. 서른 살의 무명 작가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이후 나오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열 두 편의 작품은 등장인물도, 배경도, 내용도 제각각인데, 어떤 것들은 자크 프레베르의 시처럼 짧고 경쾌하고, 어떤 것들은 사강의 소설처럼 감성적이었다가, 때론 코메디가 되기도 하고, 기발한 복수극으로 끝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좀 가볍지 않나" 싶다가도 읽다보면 점점 빠져들게 되는 매력적인 작품집. 이 책의 제목은 예상과 달리 휴가를 나온 군인이 기차역에서 어머니 또는 동생의 마중을 기대.. 2011. 11. 28.
죽음의 춤 죽음의 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 한빛문화사 15년도 더 전에 읽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Tous les hommes sont mortels.”를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찾아봤더니 이미 절판된 지 오래인데다가 인터넷 서점에는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고 국립도서관에서나 가야 볼 수 있어 포기하고, 대신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죽음의 춤”을 사서 읽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여성학 고전인 “제2의 성”과 소설 “타인의 피” “초대받은 여자”, 그리고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잘 알려진 20세기 프랑스 지식인이다. 소르본느 대학 졸업 후 스물 한 살에 치른 철학교수 자격 시험에서 사르트르에 이어 차석이자 최연소 합격을 했으며 사실은 사르트르보다 더 뛰어난 실력으로 합격했다는 이야기도 전.. 2011. 10. 30.
지하의 시간들 지하의 시간들 (Les heures souterraines, 2009) 델핀 드 비강 지음 ㅣ 문예중앙 마르크 레비, 기욤 뮈소, 안나 가발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글을 쓰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델핀 드 비강의 소설. 서로 모르는, 하지만 곧 만날 수도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2009년 5월 20일,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사고로 남편이 죽은 후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마틸드는 일 년 몇 개월 전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동료들로부터 고립되고, 며칠간 휴가를 다녀오니 자리에 딴 사람이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다가, 새 자리는 화장실 옆이고, 새로 받은 컴퓨터는 공유 네트워크도 끊겨 있다. 당연히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하는.. 2011. 4. 11.
머큐리 머큐리 (원제 : Mecure)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열린책들 "노트르담의 꼽추"나 "미녀와 야수"의 두 주인공처럼, 늙고 못생긴 외모의 남자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주인공인 설정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해결사(내지는 방해자) 역할을 하는 간호사 프랑소와즈가 등장하여 중요한 몫을 하고, 미녀는 스스로가 미녀인 줄을 모른 채, 수년 째 거울 한 번 안보면서, 오히려 자신이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진다.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수다와 범상치 않은 상황 설정, 예상치 못한 결말, 그리고 짧은 분량 덕에 빨리, 잘 읽히는 소설이다. 2011. 2. 13.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다다를 수 없는 나라 : 원제 Annam (1993)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툭툭 끊어지는 문장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라는 작가가 스물한 살에 쓴 처녀작으로, 문학평론가 김화영 교수가 안식년인 1994년에 몽빠르나스 서점에서 발견하여 국내에 소개했다. 알베르 까뮈의 처녀작 "이방인"을 연상시킨다는 김화영 교수의 해설로 인해 실제보다 더 진지해진 소설이기도 하고. 18세기 프랑스 혁명 직전, 한무리의 성직자들과 무장 군인들이 미지의 땅 베트남으로 항해를 떠났고, 수 개월 지난 후 그 곳에 도착한다. 선교를 위해 정착했지만, 무더위와 열병, 전염병은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결국 안남(Annam)을 마지막으로 그들 모두의 존재는 잊혀진다. 마지막 남은 그들은 .. 2010. 3. 21.
테레즈 라캥 테레즈 라캥 l Therese Raquin (1867) 에밀 졸라 지음 | 문학동네 권태가 한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인들 못 저지르랴. 십 수 년 전에 읽은 에밀 졸라의 흥미진진한 이 사실주의 소설은, 영화 "박쥐"에서는 공상 과학소설이 되어 있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지만, 주인공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영화 "박쥐"와 소설 "테레즈 라캥"은 줄거리와 일부 디테일이 거의 같다. 하나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하나는 상상을 뛰어 넘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비사실적이라는 게 다르지만.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고백으로 유명해진 에밀졸라는, 소설 그 자체로도 인정받을 만한 훌륭한 작가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이야기. 2009.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