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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여성, 그 기분좋고 살아있는 느낌

by mariannne 2004. 12. 27.


여성, 그 기분좋고 살아있는 느낌
(데브라 올리비에 저 | 솟을북)

“여성, 그 기분 좋고 살아있는 느낌” – 멋진 제목이다. 혹시 여성주의자가 쓴 책일까? 그렇담 너무 뻔해 곤란한데… 하지만 다행히 짐작과는 좀 다른 내용으로,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미국 여자가 쓴 ‘프랑스 여자 예찬론’이다. 심우찬의 “파리 여자, 서울 여자”에서도 강조하는 바이지만, 파리 여자(를 포함한 프랑스 여자)의 매력을 거부하기란 힘든 것 같다. 떠돌이들이 메는 거대한 색(sack) 대신에 필수품만을 넣고 다니는 작고 맛깔스러운 핸드백을 선호하며, 에르메스 핸드백을 사려고 몇 년에 걸쳐 돈을 모으지만, 일단 사고 나면 평생 들고 다닌다거나, ‘양보다 질’이라고, 삼일 동안 똑 같은 옷을 입을지언정 꼭 맘에 드는 자신만의 옷을 사는 그녀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 대신 책 한 권 읽기를 선택하며, ‘정치적 무관심보다 유행에 뒤지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그녀들. 그녀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거부한다. 요즘 읽는 책이나 좋아하는 영화, 요리, 정치적 소신, 휴가 계획은 공유하지만, 가족이나 부부 생활, 돈과 관련된 것들, 장기적인 꿈과 야망은 깊은 사이에만 털어 놓는단다. 그녀들은 (미국 여자들이 흔히 그렇듯이)남자를 한 두 번 만난 후 ‘우리가 지금 데이트하는 것 맞아요? 당신은 나의 남자친구인가요, 그냥 친구인가요? 잠자리를 같이 했으니 이제 우리는 커플인가요?’라고 묻지 않는다. 이 책은 그녀들의 삶의 방식이 대단히 멋지다거나 올바르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 놓기만 하는데, 읽다 보면 어차피 ‘그녀들’에게 빠져들게 되어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거부하는 여자들.

책의 중간 중간에 Tip 형식으로 나와 있는 내용도 몹시 알찬데, 잔다르크, 퐁파두르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잔 모로, 시몬 드 보부아르, 오드리 도투 등을 프랑스의 상징적 여성상인 ‘마리안느’의 후예라 소개하면서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무슨 영화를 봐야 할 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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