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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by mariannne 2004. 12. 9.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어네스트 헤밍웨이 저 | 아테네)

청년작가, 저널리스트 헤밍웨이의 1920년대 파리 시절 이야기라…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쓴 이 회고록은 사후 미완성 유작으로 발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지만, 미완성이라 그런가, 아니면 번역의 문제 때문일까, 이해하기 힘든 문장 때문에 어리둥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다음 문장 같은 것. – ‘결국 개가 있건 없건 나는 그녀의 초대에 응했고, 그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그녀는 언제나 여러 가지의 과일로 만든 오드비를 대접하면서 내 잔에다 몇 번씩이나 채우기를 고집했고, 나는 그림들을 감상했으며 그리고 우리는 얘기를 나누었다.’(p.32) 또는, 이런 것 – ‘한편 그녀는 에즈라 파운드를-아마도 사람들이 그에게 권했고 그가 부쉈거나 금이 가게 했을, 틀림없이 망가질 듯했고 불편했었을 그런 조그마한 의자 위에 너무 성급하게 앉는다는 핑계로 그를 원망했다.’(p.46),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미국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는 이야기들만 쓰고 있었을 때, 그리고 집에 와서는 밖에서 누군가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고 말할 때 갈 만한 가장 좋은 장소는 뤽상부르공원이었는데, 그 이유는 보쥐라가와 옵세르바트와르광장 사이에 있는 그 기나긴 길에는 먹을것이라고는 전혀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p.97)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분위기, 에즈라 파운드, 피츠제랄드 등 문인들과의 교류, 돈 없는 작가 헤밍웨이의 배고픈 이야기 따위는 그 소재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생미셀의 기분 좋은 카페(1장), 책방 '셰익스피어 컴퍼니'(4장), 배고픔은 좋은 가르침이다(8장), 파생과 함께 카페 돔에서(11장), 스콧 피츠제럴드(17장)에 대한 얘기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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