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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

by mariannne 2006. 5. 7.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
(유이카와 케이 지음 | 문이당)

알고 있다면, 돌아서라

유이카와 케이에 대해 실망을 안겨준 책이기도 하지만, 그녀만큼 이런 내용을 잘 다룰 사람이 없겠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기도 하다. “어깨너머의 연인”이나 “매리지 블루” 같은 소설이 공감대 만점의 전형적인 두 인물의 삶을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전형적 케이스를 사건별로 짧게 소개하고, 인생 충고를 들려주는 식이다. 이를테면,

* 연락이 뜸해진 애인, 알고 봤더니 친한 친구와 만나고 있더라
* 9년 사귄 남자친구와 당연히 결혼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뭔지 모를 괴리감에 결별을 결심하게 되더라 
* 어떤 일이든 함께 한 동아리 친구들, 평생 모임이 지속될 줄 알았으나, 사회 생활 1년 만에 모임이 깨지더라
* 친한 동성친구, 애인이 생기니 멀어지더라, 기타 등등

종합 여성지 뒷부분에 나오는 “고민상담”같은. (비슷할 지 모르지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나 "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류의 책 같기도 하고, “사랑과 전쟁”의 뻔한 사연(이지만 자꾸 보게 되는)을 떠올리게도 된다. 요는 이것이다. “씩씩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그도 분명 내 사랑의 깊이를 알아 줄 거야. -역시 네가 최고야.- 그 말만을 기대하며 그것만을 믿으며 참고 기다렸”(p.240)지만 어느 순간 “이게 사랑? 아니야. 이런 거는 사랑도 아무것도 아니야. 베품. 억지로 받는 사랑일 뿐이야. 비위를 맞추니까 곁에 있게 해 줄 뿐이야.”라는 것 깨달았을 때, “안녕”이라 말하며 “왜 이 말을 좀 더 일찍 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렇게 두려워 한 걸까. 이렇게 씩씩한 울림을 지닌 말을.”(p.243)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제목이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자신의 사연이 되면 ‘특수 케이스’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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