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읽은 세 권이 우연찮게도 모두 일본 소설이다. 바나나, 가오리에 이어 이번에는 5년 만에 나왔다는 하루키의 단편집. 제목이 “도쿄 기담집”이라 왠지 ‘괴담’일 것 같았는데, 하루키의 이전 단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어차피 그의 소설은 대부분이 기담이니까.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사람들, 자신의 일부분(이를 테면 갑작스레 ‘아들’을 잃는다든가, 다른 건 정상인데 자신의 ‘이름’만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든가, ‘금방 가겠다’고 전화 한 남편이 사라진다든가 하는)을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기이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는 게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뭔가 딱히 집어 낼 수 없는 하나의 요소가 상실되어 기이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
하루키의 단편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그다지 기쁘지도, 나쁘지도 않은 선물이겠다. 그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재밌으니까. 연륜이 쌓일수록 좀 더 깊이가 있고, 진중해졌겠지만, 그래도 그의 초기작인 “1973년의 핀볼”이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상실의 시대”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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