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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백수생활백서 : 2006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by mariannne 2006. 7. 5.

백수생활백서
: 2006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저 |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을 좋아하는 편이라 지난 주 신문 기사에서 “이문열, 한수산, 박영한, 강석경 등 쟁쟁한 작가를 배출한 전통의 문학상이지만, 근년엔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핸 다르다. 화젯거리가 있다.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박주영(35)씨와 지난해 동아일보 문학담당 권기태 기자가 함께 수상한 것이다.”라는 내용을 보고 책을 사서 읽었는데,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산 게 잘못이다. ‘공동 수상의 화젯거리’가 부각되었다는 기사인데, ‘근년의 것들과 다르게 올해는 작품 제대로다’는 것으로 미뤄 짐작한 것이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쉽게 읽히고, 재미있긴 하지만 역시 이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백수다. 책이 좋아서, 매일 책을 읽기 위해 자발적으로 백수가 된 룸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만 파는 ‘중소기업 수준’의 ‘잘나가는 식당집’ 딸이지만 그래서 돈 걱정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쓸 돈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면서 검소하게 살아가는 백수라 아쉬울 게 없다. 자신이 태어나고 얼마 후 죽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고, 묵묵히 식당 일에 전념하는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가 없다. 어머니의 아버지와 두 번째 결혼한 외할머니는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은 젊은 아줌마로 아직 50대다. 어쩌면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작가가 될 수도 있었던 스테디셀러 겸 베스트셀러 작가. 비록 장편소설 한 권을 출판한 후 별 이유 없이 절필했지만 말이다. 이런 주변 상황과 더불어 살짝 특이한 친구가 세 명, 상처를 가진 애매모호한 남자가 한 명 등장한다. 정작 주인공은 자발적 백수 주제에 아주 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보바리 부인처럼 책 속 꿈에 취해 몸을 던지는 것도 아니라서 덜 흥미롭다. ‘철학도 있고 여행도 있고 인문학적 지식도 있고 과학도 있고 역사도 있고 우주도 있’(p.325)는 소설처럼, ‘포괄성과 유연성’을 가진 소설 같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포괄성과 유연성이라니… 그래서 어른스럽고 점잖고 애매모호하다.

작품 속에는 수십 권의 책이 인용되는데, 마음에 드는 문구를 따라서 책을 선택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대개 요즘 많이 읽히는 소설들이다. 28세의 젊은 여성이 좋아할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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