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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78

악의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현대문학 | 2008-07-25 | 원제 惡意 국내 번역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많은데, 한 권도 읽은 게 없다. 그런데, 이 익숙함은 뭘까……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라 일단 믿고 읽었다. 인기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결혼한 지 한 달 된 젊은 아내와 작가의 오랜 친구 노노구치가 함께 사체를 발견했다. 범인은 비교적 빨리 밝혀진다. 범인이 될 만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독자가 짐작하기도 쉽다. 이 책은 노노구치의 수기와 사건 담당자인 가가형사가 쓴 글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게 잘 읽히긴 하는데, 반전은 약하다. 범인에 대한 반전(누가?)은 없고, 동기에 대한 반전(왜!)은 있는데, 오히려 반전 .. 2013. 7. 3.
소문 소문 고이케 마리코 저/오근영 역 | 북스캔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심심할 때 읽으면 지루하지 않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단편 네 편이 있고, 모두 예측 가능한 반전을 갖고 있다. 왕성한 활동력과 사교성을 자랑하는 한 남자와 그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아내(팽이 멈추기), 일련의 불운이 집에 새로 들여온 개 때문이라고 믿는 남자(재앙을 부르는 개), 재벌가의 첩이라는 한 여자를 만나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남자(쓰르라미 동산의 여주인), 억울한 소문으로 간병인 직업을 그만 두고 나름의 응큼한 취미를 즐기는 여자(소문)가 등장한다. 2012. 8. 14.
화차 화차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 문학동네 400쪽이 넘는 소설을 한나절동안 읽으면서 지루한 줄을 몰랐다. 소문대로다.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도 이선균(소설에서는 비중이 거의 없다)과 김민희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지만, 그게 별로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어느 날 휴직중인 혼마 형사를 찾아온 건 갑자기 사라져버린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먼 친척 가즈야였다. 혼마 형사는 그녀를 찾아다니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해결해나가는데, 가즈야는 그녀의 비밀을 알자마자 화를 내며 다시는 혼마를 찾아오지 않는다. 세키네 쇼코는 사실 세키네 쇼코가 아니었고, 진짜 쇼코의 사연도 구구절절했지만, 가짜 쇼코 역시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내다 가즈야를 만난 것이었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건 시대상을 잘 반영한 것이기.. 2012. 5. 27.
제로의 초점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저/양억관 역 | 이상북스 | 원서 : ゼロの焦点 일본에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아버지’, ‘일본 문학의 거인’으로 불린다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사회파 추리소설’은 추리소설 중에서도 사회적 배경과 동기를 중요시한 작품을 말한다(고 한다). 최근 영화로 개봉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 역시 그런 류. “제로의 초점”은 사회파 추리소설답게 사회상을 잘 반영한 것이긴 한데, 1992년에 84세 나이로 사망한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는 이미 수십 년 전이라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선 한 번 보고 결혼을 결심하고, 전보로 사망통지를 받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정보 검색 없이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는 게 어찌나 조심스럽고 더디던지…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 2012. 3. 29.
양을 쫓는 모험 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저/신태영 역 | 문학사상사 하루키 초기 3부작 중 마지막인 "양을 쫓는 모험"은 앞선 두 권보다 훨씬 길고(개정판은 두 권으로 나뉘어졌을 정도다), 줄거리가 확실하다. 그러니까, 줄거리만 잘 쫓아가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는 이제 서른을 넘었고, 번역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스무 살에 만난 열일곱의 '그녀'가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죽었고, 그 소식을 들은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있었다. 아내와 '나'는 특별한 트러블은 없지만 이혼하기로 한다. 이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귀모델인 여자를 만났고, 그리고 곧 기묘한 일이 펼쳐진다. 제이스바(Bar)에서 늘 만나던 '쥐'가 사라지고, 우익쪽 거물 인사의 비.. 2012. 2. 22.
1973년의 핀볼 1973년의 핀볼(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저/윤성원 역 |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 "초기 3부작"(또는 '쥐' 3부작이라고도 하는) 중 두 번째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양을 쫓는 모험” 사이에 있는 소설이다. 하루키 초기작에 열광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텐데, 특별히 줄거리랄 게 없고, ‘상실’과 ‘허무’의 이미지와 모호한 은유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지도. 소설은 친구와 함께 번역 사무실을 차려 직접 번역일을 하는 주인공 ‘나’와, 중국인이 경영하는 제이스바(bar)를 들락거리는 ‘쥐’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연인 나오코가 죽은 후 상실감에 사로잡힌 ‘나’는 죽기 전 나오코가 말한 기차역으로 가 어슬렁거리는 개를 발견하고 돌아온다. 이후 ‘나’는.. 2012. 2. 15.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저/윤성원 역 |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 첫 작품으로, 책 한 권 치고는 너무 얇고 가벼운 중편 소설이다. 나이 서른에,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져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하루키는 그 이후 수 많은 작품을 썼고, 짧고 간결한(따라서 쉽게 읽히는) 문장과 그 속에 담긴 의미, 은유 등이 시대와 코드가 잘 맞아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Bar에서 맥주를 마시고,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그녀들은 뭔가 하나쯤 결여가 되어 있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이별과, 죽음,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들 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읽는 사람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 - 스물 한 살의 ‘나’는 제이스바(Bar).. 2012.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