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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78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하진 저/왕은철 역 | 현대문학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 하 진의 단편집이다. 국내에서는 하 진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이다(2006년 6월). 번역자가 저자의 허락을 얻어 미국에서 출간된 단편집 중 몇 편을 골라서 내놨는데, 다른 소설집과는 달리 소재가 유난히 적나라하다고 해야할까, 그런 편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있긴하지만, 청소년에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은 소설이다. 이전에 읽은 단편집 “남편 고르기”와 마찬가지로 문화대혁명 전후 중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좀 독특한 내용이 많아서, 이게 ‘서민생활’이라고 해야할 지 그건 잘 모르겠다. “주권”은 씨돼지 두 마리의 주권다툼에 관한 것이고, “사보타주”는 공권력의 부당.. 2012. 11. 21.
남편 고르기 남편 고르기 하 진 저/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원제 : : Under the Red Flag 하 진은 중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서른이 넘어 모국어 대신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작가다. 그는 톈안먼 사건(천안문 사태)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미국에서 살아간다. 그의 작품은 “전미 도서상” “플래너리 오코너상” “윌리엄 포크너상” 등을 받았고, ‘이례적인 작가’로 칭송 받고 있다. 지난 해에 읽은 그의 단편집 “멋진 추락”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이민자의 생활을 다룬 것인데, 이 책 "남편 고르기"는 문화대혁명 전후의 중국 서민들 이야기다. 마오쩌둥의 말 한마디에 생사가 결정 되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 인간의 운명이 결정되어버리는 세상이었다... 2012. 11. 18.
기막히게 재미있는 이야기 27가지 기막히게 재미있는 이야기 27가지 이인환 엮음 ㅣ 성심도서 ㅣ 1991년 1992년 초판 2쇄가 나온 이 책을 중고샵에서 구했다.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중고책은 아니고 새 책이 왔다. 제목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O헨리, 알퐁스 도데, 모파상, 서머셋 몸, 체호프, 귀욤 아폴리네르, 헤밍웨이 등 유명한 작가 14인의 단편 27편을 모아놓은 것이다. 역자 이름은 없고, 엮은이(번역자는 아니다) 이름만 나와 있는걸 보니, 정말 옛날책이구나 싶다. O헨리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처음 읽는 것들이다. 서머셋 몸의 “레드” 체호프의 “사모님” 모파상의 “회상”이 기억에 남는다. “레드”는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키가 여섯 자 하고 한두 치는 되는데다가 그리스의 신처럼 어깨가.. 2012. 10. 21.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저/김훈 역 | 푸른숲 1954년부터 1993년까지 40년동안 “플레이보이”에 소개된 단편소설 중 매년 한 편을 뽑고, 그 중에서 다시 열 편을 선별하여 묶은 소설집이다. 이 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고, 지금은 품절상태다. 정가는 8천 원인데(당시 책 가격은 이 정도), 인터넷 중고 판매 가격은 이미 1만 원을 훌쩍 넘었다. 가브리엘 G 마르께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 업다이크 같은 작가의 이름을 보면, “플레이보이”건 뭐건 별 상관 없이 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이 단편집의 편집자는, “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아니면 자기애에서 파생된 것이든 ‘사랑’이라는 테마에 부합되는 소설”을 골랐다고 했는데, 애매한 것도 몇 편 있다. '삶에 대한 끊.. 2012. 8. 23.
소문 소문 고이케 마리코 저/오근영 역 | 북스캔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심심할 때 읽으면 지루하지 않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단편 네 편이 있고, 모두 예측 가능한 반전을 갖고 있다. 왕성한 활동력과 사교성을 자랑하는 한 남자와 그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아내(팽이 멈추기), 일련의 불운이 집에 새로 들여온 개 때문이라고 믿는 남자(재앙을 부르는 개), 재벌가의 첩이라는 한 여자를 만나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남자(쓰르라미 동산의 여주인), 억울한 소문으로 간병인 직업을 그만 두고 나름의 응큼한 취미를 즐기는 여자(소문)가 등장한다. 2012. 8. 14.
가을 여자 가을 여자 오정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이나 휙 스쳐간 단상, 이미지, 때로는 한 편의 긴 소설을 위한 스케치가 짧은 소설들로 형상화되기도 하였다"는 글들, "여러 해에 걸쳐 틈틈이 쓰고 발표했던" 그 짧은 글들을 읽고 있자니 내 삶도 이렇게 자잘한 사건들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 또는 옆집, 앞집,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몇 년 전, 혹은 어제, 아니면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들. 책 속 구절: 저녁설거지를 하며 활란은 자꾸 부엌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문상객인 듯한 사람들이 몇몇씩 무리지어 자동차에서 내리고 탔다. 단지 분주하고 버잡스런 분위기일 뿐 망자의 저승길 밝힌다는 곡(哭)의 습속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2012. 7. 16.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김이설 소설집 김이설 저 | 문학과지성사 음침한 표지의 이 소설집 제목은 하나의 소설에서 따온 게 아니라, 이 소설집의 전체를 대신하는 것이다. 한동안 아무도 이런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이 젊은 작가는 왜 이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우울한 것들만 이야기하는걸까? 열 세 살의 소녀는 구걸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다 아이를 배고(열세 살), 여대생은 빚 때문에 대리모를 자처하고(엄마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한 여자는 그 이후 고속도로 갓길에 서서 항구로 데려다주는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몸을 허락하고(순애보), 돈이 없어 노래방에 나가기 시작한 여자는 남편과 아이를 잃고 나서 남편의 형과 동거하며 학대를 당한다(오늘처럼 고요히). 이 소설에.. 2012.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