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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뉴욕 이야기- 고담 핸드북

by mariannne 2013. 11. 29.


뉴욕 이야기- 고담 핸드북 

폴 오스터 | 소피 칼 (지은이) | 심은진 (옮긴이) | 마음산책 | 2007-01-25 

원제 Gotham Handbook: New York, Mode D'Emploi (1998년) 


이 책의 정체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폴 오스터 이름만 보고 샀는데, 짐작과는 좀 다른 책이다.

소피 칼은 유명한 프랑스 사진 작가다. 그녀는 작가 폴 오스터에게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달라고 부탁했고, 최대 1년동안 그 허구의 인물처럼 살아보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현실과 허구를 뒤섞는 예술적 행동이랄까.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해가 안가는 게 아니고, 공감이 안되는 것이겠지만. 

폴 오스터는 그녀에게 이런 지시를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고(화가 나거나,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에도),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공공의 장소를 하나 선택하여 애착을 가져라. 폴 오스터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폴의 지시에 따라 소피는 우선 공중전화 부스 하나를 선택해 치장을 하고(거기에 놓인 꽃을 보고 사람들이 "여기서 누가 죽었나?"라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말을 걸고,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샌드위치를 건넨다. "뉴욕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입문서"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녀의 삶이 아름다워졌을까? 몇 번 웃고, 몇 번 말을 건넸는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누가 샌드위치를 거절하고, 누가 받아 먹었는지에 대한 기록. 이 책은 그런 것이다. 왠지 모르게 10년도 더 전에 읽은 "60초 소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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