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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by mariannne 2015. 9. 5.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채사장 (지은이) | 한빛비즈 | 2014-11-24


책의 취지를 제목에 담으려다보니 제목이 좀 어려워졌다. 줄여서 '지대넓얕'이라고도 하는데, 그것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행히 내용은 쉽고 친절하다. 


책 한권에서 선사시대로부터 20세기 냉전시대를 지나 신자유주의시대까지의 역사를 훑고,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에 따른 네 개의 경제 체제를 정리하고,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고, 이렇게 살펴본 역사, 경제,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썼다. 


알고 있다시피,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경제'이고(p.290),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경제체제'로부터 도출된다.(p.190) 세상은 늘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세상을 이해하려며 그것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 그런데, 그래서 "당신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 이에 대해 책에서 제시한 논리적인 네 가지 답변은 이렇다. 


1. 내가 자본가이고,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2. 내가 노동자이고,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3. 내가 자본가이고,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4. 내가 노동자이고,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1과 2는 합리적이고, 3은 정의롭고, 4는 어리석다.(p.205) 왜 대부분이 노동자인 이 나라에서 '보수'가 득세하는가? 저자는 한국의 보수성향의 원인이 1) 역사적 경험 2) 교육의 문제 3) 대중의 비합리적 선택(p.279)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중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경제체제를 끝내 유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p.281)며 답답함을 내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쓴 게 아닌가? 


책 속 구절: 

문제는 대중에게 있다. 대중은 정직하고 순박해서, 미디어와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실만이 진짜 사실이라 믿고, 그들이 자신을 속일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 이면에 대해 의심하는 행위를 무가치하고 반사회적인 행위인 양 거부한다. 의심 없는 대중은 사회와 미디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그들이 욕하는 대상을 같이 욕하고, 그들이 칭찬하는 대상을 같이 칭찬하며, 웃기면 웃고, 울리면 운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당신의 삶이 현재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재벌기업의 특정 제품이 세계 점유율 1위가 되고 스포츠 스타가 세계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당신에게 절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미디어가 재벌 기업과 스포츠 스타를 칭찬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반영한다고 해서, 그 열광을 앵무새처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내 고등학생 자녀가 자기 반에 전교 1등이 있다고 나에게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p.32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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