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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쇼핑의 여왕

by mariannne 2007. 12. 23.

나카무라 우사기 쇼핑의 여왕  (나카무라 우사기 저 | 사과나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품 중독 여사' 나카무라 우사기의 세 번째 에세이.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 "나는 명품이 좋다"와 비슷한 내용인데, 표지가 너무 촌스러운 탓인지 이 책은 그에 비해 별 이슈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명품..."시리즈와 함께 세 권 모두 2002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나카무라 우사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소개하자면, 집 안의 가스는 끊기고, 세금을 내지 않아 은행 예금을 차압 당할지언정, 현금 서비스를 받아 "나, 샤넬, 카르티에, 구치, 뷔통 모두 284만 엔 어치 쇼핑했다, 호호호호......"라고 말할 수 있는 대책 없는 여자다. 직업은 판타지 소설 작가 겸 에세이스트. 그래도 일본에서는 꽤 잘 나가는 모양인지, 계속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명품들을 전당포에 맡기면서 또 명품을 사들이고, 돈을 벌고, 갚고, 빚내고 하면서 이러한 황당한 일상을 에세이로 써 대고 있다. 국내에는 세 권의 에세이와 한 권의 소설이 출간되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당연히 한 없이 한심해보이지만 자신의 스타일이 너무 확고하고 당당한 여자라 "귀여운 구석이 있군..."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물론 마흔이 넘었으니, 대책 없이 귀여울 나이는 아니지만.

책 속 구절  :

그렇다. 샤넬이 50만 엔짜리 정장을 내놓은들 어떠하리. 물론, 정장의 원가는 뻔하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정장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샤넬이라는 명품이 제공하는 '환타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타지'에 적정가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적정가격을 도외시한 환타지에 돈을 내는 행위를 어리석다고 경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을 붙일 수 없는 부가가치에 돈을 쓰는 행위야말로 바로 '문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예술. 고흐가 그린 그림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캔버스 가격과 그림 도구의 원가를 생각하면, 그 가격은 비상식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대부분은 고흐라는 네임 밸류의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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