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비소설

파리지앵

by mariannne 2007. 12. 25.

파리지앵
: 한 디자이너가 그린 파리지앵의 일상과 속살
(이화열 저 | 마음산책)

1993년 겨울, 빠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빠리에 매혹되어 그 곳에 정착하고, 빠리지앵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사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화열의 책. 대형서점 여행 코너에서 발견했는데, 여행 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다. 저자가 10년 남짓 살면서 알게 된 빠리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며, 저자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열세 명의 파리지앵은 '화려한 명성을 얻었거나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아닌, 빵 가게나 메트로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파리지앵들'이고, '독신여성, 부부, 예술가와, 공무원, 화려함보다는 자유로움을 꿈꾸는 파리지앵, 실직자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자기 방식의 삶을 꿈꾸는 행복한 파리지앵'이다.

빠리지앵과 결혼하여 빠리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빠리 사람들은 과음하지 않는다더라...'등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역시 빠리에서 유학중인 한 지인이 '새벽 3시 반인데 밖에 축제가 있었는지 아직까지 노래소리가 울려퍼지고 시끄럽다. 가끔씩 술 취한 빠리사람들의 고함소리도 들린다'며 '그들도 과음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빠리 사람이라고 다를까. 어디에나 분방한 삶이 존재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이다. 천 가지 종류의 치즈가 존재하는 나라, 국왕을 단두대로 보낼 수 있는 나라, 홍세화 씨가 말한 '똘레랑스'가 있는 나라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일상이 이 책에 있다. 저녁 모임은 악착같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면서도 이혼률이 50%가 넘는 나라, 대통령의 이혼과 연애를 '개인사'로 받아들이는 나라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것도 같다.

책 속 구절 :

올리비에가 10여 년 전 처음 서울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음식점에서 회식을 하고 있던 남자들이었다.
"아니 저 사람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회식."
"그럼 저 남자들의 부인들은?"
"집에서 밥 먹는 거지 뭐......." (참 별걸 가지고 다 놀라네.)

프랑스 남자와 결혼생활 10년을 넘기고 나니, 그 당시 올리비에가 왜 그리 놀랐는지 알 것도 같다. 올리비에는 10년 동안 회식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회사 일은 그렇다고 쳐도, 남자친구들과 어울려서 외식을 하는 일조차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다시 말해서 친구, 지인들과의 연회는 모두 집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한 달에 대여섯 번의 손님 치르기를 10여 년 동안 하다 보면, 어떤 날 아침엔 이러다가 아예 식당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눈을 뜨는 적도 있다. (중략)
아침에 일어나 그릇들을 치우면서 문득 분당에 사는 대학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얘는?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얼마나 편한 줄 아니? 골프 치고, 사우나하고, 게다가 음식은 밖에서 먹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고."
천당 밑이 분당이라더니...... (p.319)

'[리뷰]비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노자의 만감일기  (2) 2008.02.09
보수 · 진보의 논쟁을 넘어서  (0) 2008.02.02
쇼핑의 여왕  (0) 2007.12.23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0) 2007.11.18
88만 원 세대  (0) 2007.10.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