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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by mariannne 2010. 11. 14.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장하준 지음 | 부키 | 2010-11-04)

장하준의 신간을 두고 중앙일보가 찬반 논쟁리뷰를 게재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장진호 교수는 ‘지지리뷰’를 통해 “기존의 좌파, 우파 이념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통찰력과 자유시장 신화 조목조목 깨트리기”라고 정리했다. '비판적 리뷰'를 쓴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중국 성장도 규제와 국영기업 덕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장 교수는 문제제기를 하고나서 구체적인 처방을 내놓는데는 다소 인색한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하지만 비판적 리뷰가 왠지 궁색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장하준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바는 한마디로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의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첫 번째가 바로 이것이고, 나머지 22가지에 영향을 미치는 명제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재앙은 '결국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p.12)다. "자유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온 이야기는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p.13~14)는 것인데,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이 '반자본주의 성명서'쯤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이건 서론에 있는 말인데다가, 이 책의 국내판 주제는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이기도 하다).

'시장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p56)하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의심을 하면서도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던 '시장에의 희망'을 무참하게 꺾는 것이고,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신 다른 희망과 대안을 전하고 있다. 

가령,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p.107) '보호주의'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정책'을 채택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유 무역' '자유 시장'을 외치거나 '트리클다운(Trickle-down)'을 기대하며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심화된 불평등을 초래하게 한다. 이에 대해 제시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기업은 소유주(주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는 대신 노동자나 납품업자 등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더 고려해야 하며(Thing 2), 자본에도 국적이 있음을 인정하여 '초국적'이나 '무국적'에 대한 환상으로 경제정책을 세우지 말아야 하고(Thing 8), 산업화 사회의 기반 없이 '서비스 산업'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을거라는 환상을 갖지 말 것이며(Thing 9),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Thing 12),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덜 효율적이도록 할 것이다(Thing 22). 


2010년 상반기에 이슈가 된(지금까지도 대단히 잘 팔리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의 책을 비교하여 오른쪽, 왼쪽으로 성향을 나누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과 편견에 대한 새로고침과 자신 뿐 아니라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둘 다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책 속 구절:
간단히 말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을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p.55,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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