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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정의란 무엇인가

by mariannne 2010. 9. 12.

정의란 무엇인가 
원제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마이클 샌델 지음 | 김영사 | 2010-05-26)


2004년 여름, 허리케인 찰리가 휩쓸고 간 올랜도의 상점에서 벌어진 가격폭리는 '폭풍 뒤에 찾아온 약탈자'인가, 아니면 평상시의 '어쩌다 익숙해진 가격 수준'은 도덕적으로 대단히 신성한 가격이 아니므로 '긴급상황에서의 폭리는 전혀 부당하지 않은 것'일까? 이 책은 다양한 예제를 통해 우리가 딜레마에 빠졌을 때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안겨준다. 미덕과 공동선善을 생각해야겠지만, '미덕 주장은, 탐욕은 악덕이니 주정부가 나서서 억제해야 한다는 심판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무엇이 미덕이고 무엇이 악덕인지 누가 판단하겠는가? 그리고 미덕에 대한 판단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던가?'(p.20)

지난 여름 시즌 내내 초베스트셀러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바람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대중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주제들로 가득한 책이다. 말하자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판단하게 되는 행동 근거가 어떤 철학에 의거한 것인지, 그것은 과연 옳은지를 묻게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Justice'가 정의로움이나 공평, 공정, 정당성 같은 단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는 망망대해의 뗏목 위에서 한 사람을 희생하여 다른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다리가 불편한 프로 골퍼를 위해 경기중에 골프 코스를 걸어갈 때 골프 카트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대가를 받는 임신과 대리 출산 계약은 도덕적인 것인가? 유명 연예인의 소득이 일반인의 수십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자행된 만행에 대해, '그 범죄에 동참하지 않은' 지금의 독일인은 유대인을 상대로 사죄하며 배상금을 지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형제의 범죄는 숨겨야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갖기 위해서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에 대한 정의부터, 18세기 칸트, 20세기 존 롤스를 거친 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른 '미덕'과 '정의'에 대한 견해를 참고로 할 수도 있다.

블로그 지인은, "인문학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사실은 반갑지만, 이 책이 말하는 '정의'가 사실은 '합리성을 지닌 우파적 정의'라는 것과 이 책이 내포하는 가치가 反개인이라는 의미에서 이 사건은 '하나의 비극' "이라고 했다. 맞는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판단 역시 이 책을 읽은 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책 속 구절 :
민주사회에서의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낙태 권리를 옹호하나 다른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에서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잘못을 바로잡는 정책이라며 옹호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를 역차별하는 공정치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사람은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행위는 자유 사회에 걸맞지 않은 혐오스러운 짓이라며 반대하나, 다른 사람은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찬성한다. [...]
그렇다면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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