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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진보집권플랜

by mariannne 2011. 6. 5.

진보집권플랜: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 오연호 공저 | 오마이북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의 대담집으로, 주제는 제목과 같은  ‘진보 집권 플랜’이다. 두 사람은 진보•개혁 진영의 집권 전략을 얘기하면서 먼저 진보에 대해 정의하는데, 조국은 ‘남북 문제에서는 군축,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경제에서는 자유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시장에서 패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구하고, 양심•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시한 각종 정치의 기본권의 확대•강화를 지지하는 것’이고 계급적으로는 ‘강자나 부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나 빈자의 편’이며, ‘진보의 길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확신’(p.26~27)한다. 

‘진보’와 ‘개혁’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오연호와 조국에 대해, 김규항은 한겨레를 통해 ‘그런 정권교체를 진보집권이라 부르는 건 그런 정권교체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명박이냐 노무현이냐가 그 밥에 그 나물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폭력’이고, 진보란 먹고사는 데 별 걱정이 없는 중산층 엘리트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변화를 대다수 인민들을 위한 변화라 과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겐 충분한 변화더라도 대다수 인민들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면 변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고, 오연호와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시민집권플랜’이나 ‘민주집권플랜’쯤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김규항은 “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에서도 진보 세력’은 좌파를 일컫고 ‘개혁 세력’은 자유주의 우파 세력을 일컫는 말인데, ‘진보 개혁 세력’이라는 ‘말이 안되는 말’을 진지하게 사용하고 있는 ‘양식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개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조국은 진보와 개혁 진영이 힘을 합쳐 2012년, 또는 2017년 집권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 2011년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치는 ‘소통합’을 이루고, 그 후 ‘제1야당 민주당은 그대로 있고, 민주당이 아닌 다른 야당이 다 합치는’(p.260~261) 연대를 이루자고까지 제안한다. 그는 진보가 획기적인 모습으로 변신하지 못하는 이유를, ‘투사’에서 ‘영주’로 변모하여 ‘왕에게 받은 봉토가 있고, 자신에게 속한 농노도 있고, 일정한 조건 아래 중앙의 왕과 교섭할 수도 있’어, ‘왕과 맞서기보다 그냥 영주로 사는 것이 안전하고 행복’(p.68)한 영주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 ‘왕’ 밑에서 안주하는 ‘영주’는 미래가 없”(p.69)지 않은가. 이런 진보•개혁 진영을 다시 붙이는 ‘접착제’ 역할을 위해 나섰고, 그 집권 플랜을 위한 조국의 제안들, 그 지당하고 인간적인 플랜들은 조국 개인의 집권 플랜으로도 읽힌다.   

책 속 구절:
그런데 국가가 제도를 통해서 사회임금을 높여주면 시장임금이 낮아져도 삶이 팍팍해지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국민의 약 70~80퍼센트가 큰 부담 없이 평생 임대 주택에 살 수 있어요.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은 희귀한 일이고, 대학등록금도 매우 낮아서 교육비 부담이 적죠. 그리고 무상의료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중병이 들었다고 해서 집안이 의료비로 거덜 나는 일은 없어요. 이들 나라의 시민은 시장임금 외에 사회임금을 받고 있는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모든 것을 개인이 시장임금을 벌어 해결해야 하니 죽을 노릇이죠. ‘빨갱이 콤플렉스’ 때문에 두려워서, 또는 ‘아직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이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전에 비하여 복지를 대폭 강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과감하지 못했어요. 반대파로부터 ‘빨갱이 정책’, ‘좌파 포퓰리즘’ 등등의 비난을 받을 것이 예상되니 이념 논란에 휩쓸리기 싫었을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민주정부도 사회임금을 어디까지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 등을 다 포기했죠. 사회 전체의 판을 왼쪽으로 크게 한번 옮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결국 정권을 잃었습니다. (p.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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