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위대한 개츠비

by mariannne 2002. 3. 14.

위대한 개츠비
(F.스콧피츠제럴드 저 | 문예출판사)

줄거리로만 보자면 그렇다. 황당한 치정사건. "사람을 죽였다", "전쟁중에 독일 스파이였다"... 는 등의 의혹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떠들어대는 주위 사람들에게 변명 한 번 하지 않는 개츠비는 몇 번의 이력 번복으로 심지어는 독자들에게까지 신뢰를 잃었을지 모른다. 꼼꼼히 음미하지 않으면 그가 옛 연인 데이지에게 갖는 감정마저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포착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한 여인의 '부박한' 영혼에 희생되는 '위대함'에 뭉클함이 밀려온다. 그의 사랑은 '아름다움'일까, '헛됨'일까. 21세기 초, 이 시대에 이런 '위대함'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 슬프다.

이 책의 리뷰에서 여러 사람이 지적한 것 처럼, 이 책은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화가 날 지경이다. 하루키 덕에 국내에 많이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는, 그와는 관계 없이라도 많이 읽히는 작품일텐데, 믿을만한 출판사의 번역이 이 모양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알타비스트 번역기라도 이용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작품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분명 작품 도입 부분의 번역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다른 출판사의 번역은 어떤지...

이 작품은, 10년 전 쯤 영화로도 봤는데 - 어딘가에서는 미아 패로우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미스 캐스팅'의 대표적 사례라 평하기도 했지만 - 참 좋았다. 약간의 지루함은 있지만, 책이 싫다면 영화로 보는 것도 좋을 듯. 영화를 본 후에는 책을 집어들게 될 것 같다.


책 속 구절 :
내가 작별 인사를 하러 개츠비에게 갔을 때, 나는 당황하는 표정이 다시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걸 보았다 -- 마치 그가 현재 누리는 행복의 질에 대해 얼마간 의심이 생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거의 5년이라는 세월! 아닐 오후에 데이지는 그의 꿈을 허물어지게 하는 순간이 있었을는지는 모른다 -- 그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의 환상의 거창한 활력 때문에. 그 환상의 강력함은 그녀를 뛰어넘고, 모든 것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도둑  (0) 2002.05.14
오후 네 시  (0) 2002.04.13
적의 화장법  (0) 2002.03.07
머니 멘터  (0) 2002.03.07
오페라의 유령  (0) 2002.02.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