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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머니 멘터

by mariannne 2002. 3. 7.

머니 멘터 : 소설로 읽는 돈과 부채 관리의 비밀
(태드 크로포드 저/이종인 역 | 미래M&B)

이 소설의 주인공 아이리스는 23세의 여성. 어렸을 적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양부모는 별다른 재산을 남기지 못한 채 사망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변변한 직장도 없으면서 3만 7천달러의 빚을 지고 허덕이던 중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다의 조언으로 사태를 직시하며 지혜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데...

'멘터(Mentor)'는 현명하고 믿을 만한 의논 상대나 지도자를 뜻한다. '머니 멘터(Money Mentor)'는 아이리스에게 '돈'에 대해 조언을 해 주는 사이다를 가리킨다.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면 아이리스는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머니 멘터의 활약 때문은 아니다. 사이다로 인해 심신의 안정과 위로를 얻었을 뿐. 모든 것은 아이리스의 의지와 적절한 시기의 운 덕분이 아니었을까.

아이리스의 행적은 요즘의 많은 여성들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좋아하는 일(무용)이 있지만 열정만 많을 뿐, 아직 그것으로 돈을 벌지는 못한다, 대신 웨이트리스와 사무직 아르바이트로 얼마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 자신의 빚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른다. 어느날 그것을 알고 몹시 놀란다, 초조해 한다, 결혼이 확실치 않은 남자친구는 돈을 빌려달라고 얘기한다. 아이리스는 자신도 빚을 지고 있으면서 거기에 또 빚을 내면서까지 돈을 구해 준다, 국세청에서는 세금을 덜 냈다며 독촉장을 보내온다, 발끈하는 성미때문에 웨이트리스를 그만두게 된다...
이 외에도 소설 속에서는 많은 사건이 일어나며, 따라서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 아이리스가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나갈지 궁금해지면서 끝까지 읽어낼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은 긍정적인 사고 덕택에 그녀의 삶은 밝아지며, 덕분에 일도 잘 풀린다. 그녀는 아직 23세밖에 되지 않았으니 미래가 더욱 밝다.

이 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강요하지도 않고, 경제 용어가 남발되지 않아 쉽게 읽힌다. 카드빚 때문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까, 묻는다면, 읽어서 손해 날 것은 없다고 대답하고 싶다. 아이리스의 상황이 자신보다 열악함에 안도가 되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지 않을까.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가지 팁도 도움이 된다. --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든가, 사랑하는 빚 외에는 빚을 지지 말라는 것 등.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나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에서도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의 교훈은 2가지다. 슬프게도, 매달 직장에서 받는 월급만으로 어마어마한 부채를 갚는다거나,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또 하나, 신용카드는 '외상'이니 사용을 중지하라. 카드 회사는 회원들이 카드 대금을 제때 내지 않아 이자 내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

이 책은, 소설로의 가치는 별로 없을지 모르나 이 시대에 잘 맞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브리짓 존슨의 일기'를 읽으며 '내 얘기'라고 느낀 여성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얘기 또한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듯. 해피엔딩이라는 사실 또한 즐겁다.

책 속 구절 :
"나는 이런 일이 내 고객에게 일어나는 걸 실제로 보았어요. 그 고객은 부자 아버지를 둔 젊은 여성이었죠. 아버지는 딸의 신용카드 빚을 모두 갚아 주겠다고 제의했어요. 딸은 그러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당신보다 약간 나이가 많은 그 여자는 스스로 독립하기를 원했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많은 이자를 내는 건 부당하다고 설득했어요. 자신이 훨씬 낮은 이율로 딸에게 돈을 빌려 주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딸과 아버지는 이렇게 합의했습니다. 아버지가 선물 아닌 대출을 해주고 딸은 그 대출을 변제하기로 말이에요."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신용카드 빚을 갚아 주자마자 딸은 계속해서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신용카드의 대출 한도를 다 쓰고 최고의 이율로 이자를 내고 있지요. 아버지에게 진 빚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빚이 두 배가 된 셈이죠.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당연히 아버지에게는 한푼도 갚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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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잖은 제목의 책은, 현재 "카드빚 탈출하기"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신나게 팔리고 있는 듯 하네요.
어느 잡지에 실린 리뷰를 보고 샀는데,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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