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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by mariannne 2001. 7. 23.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페터 빅셀 저 | 문학동네)

'책상은 책상이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페터 빅셀을 접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당시 그의 메시지들이 현대인의 단절과 고독을 너무나 심플하고 절묘하게 그려내 감탄감탄!! 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더욱 고독해졌을까? 그 사이 인터넷이 일반화되었고, 어쩌면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어 더욱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더욱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모든 것이 달라질꺼야!’라고 외친 후, 아무것도 달라져 있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사물의 이름을 죄다 바꿔 부르기 시작하는 남자. 결국 아무와도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는 남자를 알고 싶어하는 블룸 부인. 매번 그를 만나려고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부인과 배달부는 쪽지를 통해 우유와 버터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할 뿐이다.
기차 시간표를 모조리 외우고 있는 한 남자는 그것을 외우느라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차역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생긴 후, 자신이 외우고 있는 것을 그곳에서 모두 얘기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평생 사람들과 담을 쌓고 발명에 열중하는 남자. 결국 대단한 발명을 해 내고, 기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며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사람들은 코웃음친다. ‘텔레비전을 발명하셨구먼!’

페터 빅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 세계 안에서만 틀어박혀 살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남들과 어울리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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