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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by mariannne 2001. 9. 11.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레이몬드 카버 저 | 집사재)

레이몬드 카버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작가다. 영화 '숏컷'을 봤을 때도,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늘 보던 그런 영화는 분명 아니었지만 말이다. 영화 '숏컷'은 몇 개의 이야기 조각들이 하나씩 보여지고, 그 내용들은 별 것도 아닌, 단지 약간 묘한 느낌의 소시민 생활상이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의 단편들도 마찬가지. 다만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영화 속에서 만난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플러스될 것이다.
레이몬드 카버는 매니아층이 탄탄한 작가다. 따라서 그의 매니아들 얘기를 듣자면, 그는 대단히 훌륭하고, 정말 놀라운 작가이며, 작품들은 감동 그 자체다. 하지만, 그런 기대로 책을 읽는다면 시시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소설들을 (이 책에서처럼 여러개의 단편들을 모두) 다 읽어냈을 때, 그의 가치를 알 수 있겠다.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않는 사람이라면 왠지 시시할 수도 있겠지만 레이몬드 카버를 좋아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매료되었다면 이 책으로 주말을 소진해도 좋을 것이다.


책 속 구절 :
"뭘 하고 싶은데?" 내가 묻는다. 나는 내 다리를 그녀의 발목 근처에 올려놓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블랙 커피를 한 잔 진하게 타서 마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지금 깨어 있잖아요. 그렇죠? 이제 어차피 잠을 자기란 다 틀렸으니, 커피나 한 잔 마셔요." "우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어. 커피 역시 몸에 좋지 않다잖아. 그렇다고 앞으로 커피를 마시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뿐이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뭐." 그러면서 나는 아이리스의 기분을 생각해 이렇게 덧붙인다. "사실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긴 해." "좋아요" 하지만 우린 둘 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이리스는 머리를 한 번 흔들며 또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방안을 떠돈다. 그 중에는 열어놓은 창문으로 빠져 나가는 것도 있다. 창문 바깥으로 가볍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알람이 울어대자, 나는 얼른 손을 뻗어 스위치를 끈다. 그런 다음 베개를 다시 머리 밑에 집어 넣고 똑바로 누워 천장을 응시한다. "침대에 누워 있는 우리에게 커피를 갖다 줄 여자애를 하나 구하자는 생각을 어떻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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