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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적과 흑

by mariannne 2001. 9. 21.

적과 흑
(스탕달 저 | 민음사)

제목이 주는 무거움과 첫 페이지에서 보게되는 지루한 묘사때문에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어 온 책. 중세암흑시대나 프랑스 혁명의 피비린내를 연상시키는 제목은 나를 질식시켰다. '적'은 나폴레옹 시대의 영광을, '흑'은 성직자의 검은 옷을 뜻한다는데...
평민의 신분 상승이란 '성직자가 되는' 하나의 길밖에 없는 시대에 평민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줄리앙이 야심을 품고 귀족 자제의 가정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라틴어'를 할 줄 안다는 것, 그것도 신약성서를 완전히 외워버릴 정도로 잘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인하여 그의 생은 상황에 맞지 않는 사랑에 휩쓸리고 끝내는 사형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가 다른 형제들처럼 아버지의 수입과 타고난 신분으로 만족하고 살았다고 해서 야망과 정열을 갖고 살다가 일찍 죽은 것보다 잘 산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신문에 난 '정부 살인사건'을 본 스땅달은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낸다. 이름도 거창한 '적과 흑'을 말이다. 신문에 난 사건을 유심히 보고 소설의 등장인물과 실제 사건의 인물을 일치시켰으며, 일개 살인사건을 가슴 조마조마한 사랑이야기로 한차원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주의 작가 스땅달의 '낭만적'인 성향 때문일 것. 대부분 고전이 그렇듯 이 책도 잘 된 번역서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리고 사실 상당히 재미있다. '범우사'의 책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나온 '민음사 세계문학'이외에는 제대로 된 출판사가 없기도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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