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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나는 행복하다

by mariannne 2009. 12. 17.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사건들의 상대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보석 몇 개를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도둑을 맞았다. A가 말했다. "이런! 속상하지?" 내가 말했다. "아니, 전혀.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아들을 잃었는데, 보석 따위에 눈물이 나겠어요."
이런 상대적인 감정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에게서도 발견되었다. 형부인 장은 한쪽 눈이 파열되고 이가 부러진 채로 노이엔가메에서 돌아왔다. 언니는 플로센부르크에서 돌아왔을 때 몸무게가 40킬로그램도 채 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언니네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가정부가 커피를 내왔다. 커피는 맛없고 미지근했다. 장이 버럭 화를 냈다. 나는 장이 겁에 질린 늙은 가정부를 야단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장은 금세 화를 누그러뜨리고는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나갔나봐...... 그까짓 커피가 무슨 대수라고......." 다소 힘겨운 시련에 대해서 우리는 때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까짓 커피가 무슨 대수라고......" 이것은 윤리원칙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관한 문제다. 사건을 걸맞은 자리로 돌려놓을 것. 불만을 불행으로 만들지 말 것. (p.10~11)

 나는 행복하다: 프랑수아즈 지루 자서전 (프랑수아즈 지루 저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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