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비소설

딜리셔스 샌드위치

by mariannne 2008. 7. 27.

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서른살 경제학"에서 '휴먼웨어'와 '지식형 인간'을 말하던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 갔다. 그곳에서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빠르게 써 내려간 책이 바로 이 "딜리셔스 샌드위치"다. '문화의 도시 뉴욕'에 비해 '서울'은 얼마나 한참 뒤떨어져 보이는지! 유병률 기자의 눈에는 그게 참으로 안타까웠던 것이다.

몇 가지 예가 있다. 미국의 은퇴자들은 '전통적으로 퇴직자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p.130)면서 '요즘 미국의 은퇴자들은 여생을 보낼 최적지로 대학촌을 꼽'(p.131)는단다. '나이들면 일부러 산이 가깝고 경로당 잘된 아파트로 옮기거나 혹은 도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전원주택으로 이사가는 우리의 노년들과 많이 다'(p.132)르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계속해서 미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 "손자손녀를 둔 미국의 조부모 10명 중 6명이 "인터넷은 정보와 조언을 구하는 데 가장 좋은 소스"라고 대답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이 매주 열 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p.134)하는데 견주어 '2007년 6월 기준으로 한국 50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45.6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60대는 17.4퍼센트에 불과(p.134)하기때문에 '미국의 조부모들이 인터넷의 정보와 조언들로 손자손녀들과 대화하는 동안, 한국의 조부모들은 손자손녀들과 말이 안 통해 소외감을 느'(p.134)낀다고도 한다. 그뿐인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자녀가 커서 가졌으면 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면서, '내 자식은 나보다 좀더 드라마틱한 삶, 좀더 창조적인 삶을 살면서 좀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나보다 더 안일한 삶, 느슨한 삶을 살기 바란다'는 얘"(p.140)기라며 '이렇게 극도로 보수적인 마음가짐이 진짜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가 좀 편해지자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한다.

통장의 잔고가 비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문화적 소양'이 고갈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일단 참 맞는 말이다. 주말에 '할인점 카트를 미는 아빠'와 '함께 그림을 보러 가는 아빠'의 차이를 누가 모르겠는가. 왜 '양재동 시민의 숲'은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해 인근 주민에게 인기가 없고, 관광객들조차 외면하는가. 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팍팍한 삶'을 강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은 후 '그래, 뉴욕은 참 좋네'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스스로 '균형 있는 삶'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꼭 필요할 것이다.

책 속 구절 :
냉정한 금융원리와 경제마인드로 똘똘 뭉친 뉴요커들이지만, 그들의 소비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세계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세계 모든 곳에서 같은 물건과 같은 서비스가 같은 방식으로 소비되고 팔릴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뉴요커들의 문화지향적인 소비 스타일은 전세계 소비자들로 하여금 따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웹2.0의 제국에서는 그 속도가 무진장 빠릅니다.
그래서 세상의 그 어떤 기업과 비즈니스맨도 문화로 중무장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기능 우수하고, 가격 싸고, 만든 회사만 튼튼하면' 되는 선배 소비세대들과는 다릅니다. 소비자들이 문화를 소비하고 플로를 소비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기업도 비즈니스맨도 문화를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단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한국 휴대전화를 디자인한다던가, 제품에 럭셔리한 이미지를 보강하는 그런 단순한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p.68~69)

'[리뷰]비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담동 여자들  (0) 2008.08.31
비밀의 숲  (0) 2008.08.31
독신남 이야기  (2) 2008.07.19
품위 있게 사는 법  (2) 2008.06.03
최카피의 네이밍 법칙  (2) 2008.0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