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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물·자기계발

이봐, 해봤어? - 시련을 사랑한 정주영

by mariannne 2008. 5. 4.


이봐, 해봤어? - 시련을 사랑한 정주영 (박정웅 지음 | FKI미디어)

기업가 정신의 대명사, 정주영 전 회장의 일화

"오만분지 일 지도, 그 다음에는 조선소를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 그걸 들고 가서... 당신이 배를 사주면 사줬다는 증명을 가지고 영국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영국 정부에서 차관을 얻어서 기계를 사들이고, 그래서 여기다 조선소를 지어서 네 배를 만들어줄테니까 사라" - 요즘 현대중공업 CF에 나오는 고 정주영 전 회장의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맨 손으로, 지도와 오백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고 선박을 수주했다는 유명한 일화의 '무대뽀 정신'이 그대로 나타난 책이 바로 "이봐, 해봤어?"다. 정주영 전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동안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로 재직하며 정회장을 보좌한 박정웅 대표(현 시너렉스 대표이사)가 그를 지켜보며 쓴 글로, 비공식 일화들이 많아 흥미롭다. 저자의 말처럼 '편린'들을 모은 것이라, 잘 알려진 '폐선 물막이 공사'나 '쥬베일 항만공사' 같은 큰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많은데, 이를테면 1977년 주한 미 대사의 '자동차 독자개발을 포기'하라는 압박과 정주영 전회장의 거절, 1979년 인도방문시 인도정부에 즉석 제안한 '수리조선소', 1986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후보 게리하트 방문 시 누설된 전두환 대통령의 발언, 1987년 정 전회장을 '화병'들게 한 5공실세의 행동 등이다. '격량 속 국제무대의 승부사'라는 중간 제목처럼, 전경련 회장을 지내며 국제무대에서 경제인으로, 기업가로 '획기적인 업적'과 '큰 발자취'를 남긴 그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책 속 구절 :
실무자들의 얼굴은 단번에 사색이 되었다. 그 촉박한 날짜와의 사투를 생각해서 이다. 더구나 그가 요구하는 날짜까지 배를 만든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왜 그러지?"
"네, 이번 배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주한 것 중 가장 큰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탑재해야 되는 엔진만도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엔진을 들어 배에 올려 놓을 충분한 용량의 크레인이 우리에겐 아직 없습니다. 이것을 스웨덴에서 수입해야 되는데 내일 바로 주문을 해도 그것이 이들이 요구하는 인도일까지 조선소에 도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너무나 타당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잠시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정 회장이 간단히 말했다.
"이봐, 해봤어?"
그리고 정 회장은 태연한 얼굴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순간이었다. 선주측의 얼굴에는 당장 '이제 됐다'하는 환희의 표정이 떠오른 반면, 현대 실무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
"해 봐. 되는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돼. 그렇게 되더라구. 내가 해봤더니 그래."
그 후 배는 계약 날짜에 정확히 맞추어서 인도되었다. (p.16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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