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여행책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by mariannne 2002. 11. 25.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ㅣ 자이)

2001년 8월 30일. 내가 한 달에 한 번 월급 받아서 밥 먹고, 옷 사고, 친구 만나고, 일주일에 한 번쯤 영화를 보기 위해 매일 매일 서울의 한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을 동안… 최미애와 루이는 여행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아, 정말 멋있다..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떠나지 못하고 책을 읽으며 꿈만 꾸겠지.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좋은 향기 나는 방 안, 푹신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일어나도 늘 개운치 않은 판에, 물도 잘 안나오는 사막 한 가운데, 먼지로 뒤범벅이 된 흔들흔들 버스 안에서 318일을 보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여행 후에는 월셋방 얻을 돈 한 푼 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 삶이 무척 권태롭고, 매너리즘에 빠졌다 하여, ‘내 인생,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이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매일 매일 든다고 하여도.. 과연 누가 최미애와 루이처럼 떠날 수 있을까.

최미애는 참 멋지다. 그녀가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아줌마의 징표인 군살 하나 없이 삐쩍 말라 있어서 그렇고, 첫눈에 반한 프랑스 남자에게 수줍게 “저, 여자 친구 있나요?”라고 물어보고서는 마음 설레어 하다가 결혼을 한 것도 그렇다.

국내 패션 잡지를 통해 종종 소개된 전직 모델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최미애와 프랑스 사진작가인 루이 커플을 보면서 늘 호사를 부리며 살고 있는 줄 알았다. 헌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그들은 3평 짜리 방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전셋방에서 쫓겨난 서러움에 천 만원짜리 버스 한 대를 사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출발, 프랑스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그래서 그녀는 참 멋지다.

그녀는 글을 쓰는 일에 서툴다. 문장은 툭툭 끊어지고, 특별히 머리를 굴려야 이해가 되는 부분도 없다. 하지만, ‘솔직 담백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착한 글. 사진작가인 루이의 솜씨도 멋지다. 그녀는 일부러 착한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힘든 일들을 인내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끼고, 즐기고, 감사할 뿐… 기분 좋은 한 권의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프랑스에 도착한 후, 예정대로라면 버스를 배편에 보내고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려고 했단다. 하지만, 책 끝머리는 2권을 예약하며,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단다. 기쁘다.


★ 미애와 루이의 다른 책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2 (최미애 지음/장 루이 볼프 사진 ㅣ 자인)
미애와 루이 가족, 4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미애와 루이 가족 지음ㅣ 자인)

'[리뷰]여행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VE&FREE  (0) 2003.12.10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2  (0) 2003.01.12
철이 없으면 사는 게 즐겁다  (0) 2002.06.01
26일간의 여행스케치  (0) 2002.03.12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0) 2001.09.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