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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파리의 보물창고

by mariannne 2003. 12. 21.

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
(박은희 글/이경인,박은희 사진 | 바이널VINYL)

uguf.com을 처음 방문한 건 몇 달 전이다. 멋진 비쥬얼에 음악도 끝내주는 사이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낯선 네비게이션 때문에 두 세 번 방문했다가 그곳에 익숙해지기를 포기했는데…(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게으른 사용자임) 홈페이지의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길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책도 홈페이지처럼 낯설고 독특한 편집이다.
내용은 파리로 유학을 떠난 부부의 생활 이야기. 이름하여 “공상 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이다. 다큐멘터리 작가 홍하상의 <프랑스 뒷골목 엿보기>라는 책과 다른 것은, 프랑스 전역 대신 파리의 구석 구석만을 누볐으며, 글은 조금이고 책 전체가 사진으로 꽉꽉 찼다는 것이며, 피곤하기 짝이 없는 문화 비교나 비평 없이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를 전했다는 것.
대부분의 내용은 부부가 다녀본 상점과 카페 소개이며, 가끔씩 그곳에서 쓴 일기를 전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권태로움에 몸부림칠 때, 적어도 대여섯번 이상은 펼쳐들게 될 듯한 책이다.

10년 전 쯤의 일이지만, 연수생이나 유학생을 통해 파리에서 산다는 것(프랑스 지방 도시가 아니라) 자체가 부르주아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란 말을 들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곳은 꿈의 도시이지만, 이 책을 통해 사람 사는 곳이 뭐 그리 다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서울보다 파리가 조금은 더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파리와 파리지엥을 통해 예술혼이 살아나고, 인생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그 곳을 경험하는 게 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일요일엔 문을 닫아 버리는 백화점, 한여름에 에어컨도 얼음도 없는 카페, 경찰과 함께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등을 보며 그들(저자인 UG와 UF)은 ‘그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에 감탄하면서 결국 프랑스인들을 ‘참을성과 인내심이 아주 많은 민족’으로 결론’ 짓는다. 온갖 지저분한 것들과 불편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찬양받는 도시 파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뭘까…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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