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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황홀한 쿠바

by mariannne 2004. 9. 19.

황홀한 쿠바 : 화가 사석원의
(사석원 글,그림,사진 | 청림출판)

마흔이 좀 넘은 젊은 화가 사석원의 쿠바 여행기다. 쿠바라고 하면, 하바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체 게바라, 권투, 시가, 살사 댄스 등 몇 가지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는데, 하나같이 대단히 이국적인 ‘낭만’이나 ‘멋’ 같은 게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기에는 좀 위험하거나 낯선 나라가 아닌가…

잘 아는 선배가, 나이 들어 쿠바에 가서 사는 게 꿈이란다. 언젠가 초청을 할 테니 꼭 오라면서, 초청 명단 열 번째에 기록 해준단다. 잘 모르는 쿠바란 나라가, 언젠가는 가게 될 지도 모르는 특별한 나라가 됐다. 그래서 이 책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책을 펼친 후, 단 3주 동안 다녀온 여행 이야기라 좀 김이 새긴 했다.

딱 3주 동안 보고 온 만큼의 이야기지만, 예술가의 여행기이니 좀 다른 게 있다. 바로 그림과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조화가 되었다는 것. 저자가 영화 속 장면 하나에 푹 빠져 쿠바로 떠난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쿠바로 떠나는 짐을 꾸리기에 충분할 것 같다.

책 속 구절 :
그때 한 소년이 방파제에 올라서서 파도를 맞는다. 온몸으로 산같이 밀려오는 파도를 맞아들이고 있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소년은 무엇을 꿈꾸는 걸까. 소중한 꿈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굳이 저렇게 파도가 요동치는 무서운 방파제에 올라선 채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텐데. 파도를 뒤집어쓰는 결정적인 순간, 소년의 꿈은 파도와 하나가 되어 조각조각 그의 가슴속에 박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말레콘과 바다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 어릴적 꿈을 버리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정말이지 하바나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감동적인 모습이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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