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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하루키의 여행법

by mariannne 2004. 10. 9.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사상사)

1999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최근까지 15쇄를 찍어내며 줄기차게 팔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온라인 서점 뿐 아니라 대형 서점에서 모두 품절이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일까… 꼭 사려고 했던 건 아닌데, 품절이라니 왠지 오기가 생겼고, 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사 버렸다. 이전에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내용으로, ‘우동 맛 여행’ 이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것이 아니라서 그런 듯.

하루키의 여행기라면 무조건 기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든 읽으려고 하지만, ‘노모한의 철의 묘지’ 이후로는 좀 지루하다. 그래도 물론 기본 이상으로 재밌다. 꼭 그래야만 할 것처럼 당연스럽게 여행을 떠나고,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에피소드도 멋지게 그려내는 하루키 여행기를 읽으면 정말이지 늘 나 자신은 어떤 공간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행기로 치자면 이 책 보다는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여행기로, 사진이 많고 글은 별로 없다)이나 “먼 북소리”(그리스와 이탈리아 여행기로 사진은 별로 없고 글이 많다, 강추!)를 추천하는 바이지만, 둘 다 읽었다면, 이 책 마저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 속 구절 :
우동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가게 안이 너무 좁았다) 돌 위에 걸터앉아 후루룩 후루룩 우동을 먹었다.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날씨도 좋고 우동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아침부터 돌 위에 걸터앉아서 우동을 정신없이 먹고 있으니, 점점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던 말던 내가 알 바 아니다’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주 이상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동이라는 음식에는 뭐랄까, 인간의 지적 욕망을 마모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다. (p.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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