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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여행자의 로망 백서

by mariannne 2005. 8. 20.


여행자의 로망백서
(박사, 이명석 지음 ㅣ 북하우스)

로망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꿈과 낭만의 그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알고 보면 로망의 사전적 의미는 "통속소설"이다. “로망이 로망이지 뭐 또 있어?”라고 말하는 후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상징적이고 이루기 힘든 그래서 더 멋진 소망 아닐까?”라고 덧붙였는데,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로망’은 무엇일까. 100여 개의 소제목에 죄다 ‘로망’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산책의 로망, 완벽한 짐 꾸리기의 로망, 종잡을 수 없는 기온의 로망, 여행 노트의 로망 등등. “여행은 로망이 있기에 빛난다”라고 외치는 이 책의 저자들(북 칼럼니스트 박사(본명이겠지?)와 만화 평론가 이명석)은 10여 년 간의 여행 추억을 나라별/지역별이 아닌 주제별(엔터테인 라인-서바이벌 라인-센티멘털 라인-배가본드 라인-메모리얼 라인-판타지아 라인)로 묶어 적어 내려갔다. 따라서 이 책은 "해외여행 > 세계여행정보/기행"이나 "테마여행 > 문화기행/배낭여행"의 분류에 포함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수필/에세이 > 기행문/여행에세이”에 있어야 마땅하다.

8월 중순이 지났지만 아직 휴가지로 떠나지 못한 직장인에게 이 책은 가슴에 불을 지르기에, 또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 자기만의 ‘여행 로망’을 간직한 이들에게는 공감의 미소를 짓게 하기에도 충분하겠지. 잡지 등 매체에서 박사의 글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어, 믿음을 갖고 구입하려 했으나, 직장 동료가 재빠르게 구입하여 빌려 주었다. 한 권 사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생일날 선물하는 것도 좋겠고.

책 속 구절 :
무료한 노천카페의 로망
꿈을 꾼다. 바라보는 꿈. 여행지의 풍경을 한 편의 길고도 나른한 영화처럼 보는 꿈. 길을 향해 의자가 나앉은 노천카페에 앉아, 얼음이 녹아 투명해지기 시작한 냉커피를 홀짝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무릎 위에는 노트가 놓여 있지만 백지상태다.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차들.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재게 놀리는 발끝의 구두소리. 함부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사라지는 동안, 압정으로 꽂혀 있는 한 장의 엽서처럼 의자에 눌어붙어 이국의 하루를 소모한다. (중략)
꿈은 꿈일 뿐이다. 바쁜 여행 일정 동안 노천카페에 죽치고 있을 수 있는 하루는 빼내기 힘들다. 카페 앞을 지날 때마다 눈에 박히는 의자 위의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 그 의자 위에서의 하루를 상상할 뿐. 알면서도, 새로운 여행을 계획할 때 상상속의 풍경 속에는 무료한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내가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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