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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B급 좌파

by mariannne 2005. 12. 25.


B급 좌파
(김규항 지음 ㅣ 야간비행)

세상을 바꿀 그들의 ‘도량’

언젠가 몇 번 쯤은 마주친 사람이고, 그때마다 궁금했으며, 워낙 그의 절대적 지지자가 많은 터라 주저 없이 읽기 시작했다. 말로 치자면 최고의 ‘달변’인 그의 글에 빠져들지도 모르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그의 글은 전반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게 사실이다. 괜한 현학적 허세를 부리지 않아 읽기에 더없이 편한데도 불구하고, 그가 거침 없이 내뱉는 주장 끝에는, ‘설마 당신,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라든가 ‘이봐, 이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라는 독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정신 세계는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이 나라의 백성들은 온갖 집단주의, 온갖 파시즘의 멍에에 사로잡혀 있’(p.123)다거나, ‘나를 포함하자면, 한국 지식인들은 천민자본주의라는 푸줏간에 걸린 썩은 고기들’(p.124)이라거나, ‘대한민국은 단지 몇 개의 재벌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의 백성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인가’(p.88), ‘…한국은 절망적인 나라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어떤 부분도 한국인이 한국에서 일생을 보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p.253)는 얘기들 역시 몹시 불편하다. 그는 스스로를 ‘나 같은 건달’(p.133, 139)이니 ‘초보 좌파’(p.204)니, ‘전향한 날라리’(p.213), 혹은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매일 그 ‘불의’와 ‘비굴’과 교접’(p.68)하는 사람이라 지칭하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교양’ 있는 인텔리나, ‘도량’을 지닌 지식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느 순간 그의 ‘도량’을 믿고 딴지를 걸어볼까 하다가도(물론 그럴만한 처지가 아니지만서도) 어느 새 그 다음 읽을 책으로 “나는 왜 불온한가”와 “김수영 전집 2, 산문”을 리스트에 올려 놓고 있다. 그가 “온갖 책을 다 읽어도 수영을 읽지 않았다면 지식인으로 결격이란다. 너에게 수영을 권한다”(p.192)고 썼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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