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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첩첩상식 :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

by mariannne 2006. 8. 3.


첩첩상식 :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
(진중권 지음 | 새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 - 첩첩상식”은 취업준비생이 넘겨 봐야하는 ‘상식대백과사전’이 아니다. ‘첩첩상식’은 1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하며 스스로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썼다는 그의 ‘말’을 모은 책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진중권의 열망이고 토로다. 상식적이지 못한 보수언론은 물론이거니와 한나라당에도, 열린우리당에도, 노대통령에도, 그리고 가끔은 민노당에도 쓴 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그는 이쪽 저쪽에서 치이고 욕을 먹는다. 그러다가 황우석 지지자들에게 감금도 당하고. ‘고도원의 아침편지’처럼 착하고 긍정적인 말을 던지지는 못할 망정, 매일 아침 뭔가를 비판해야만하는 고달픈 자리에서 그는 -때로 쥐어 짜기도 했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다 했다. 그는 ‘민생’을 위한다는 여당과 야당이 표심에만 급급하고 노대통령의 ‘좌향좌 선동’에 대해 따지거나, 박대표의 ‘유신 정권이 옳으냐’ 운운하는 작태에 “참, 한가한 분들이죠?”라는 방송 멘트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이다. “민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비정규직 확대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에게 돌리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아예 비정규직 대책이 없답니다. 여야가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며 부르는 '민생'의 합창, 그 노래 소리가 공허하게만 들리는군요.(p.226)”라거나 “언론도 문제입니다. 정작 문제의 본질은 제쳐두고, 해임이냐, 유임이냐, 해임되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것이고, 유임되면 야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경쟁적으로 이런 전망이나 내놓으며 싸움을 부추기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것도 정신병입니다. 여당이 타격을 입든, 야당이 타격을 입든, 도대체 그게 군대 갈 자식 부모에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군요.(p.220)”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다보니, 그래서 힘이 쪽 빠져버린 지금은, 앞으로 공적인 성격의 글쓰기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다시는 이렇게 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몸을 사린다. 어쨌거나 이렇게 재밌는 책을 내 놨으니 읽는 나로서는 즐거워서 죄송하다. 내용이 매우 ‘트렌디’하니 올 여름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도록 하자.

책 속 구절 :
농업이 사양산업 취급을 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영농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났지요. 예를 들어, 충남 청양 출신의 53세 이해찬 씨는 최근 부인명의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680여 평의 땅을 사서 포도농사를 지으려다, 1년만에 포기하고 땅을 버려둔 채 무작정 상경해, 지금은 총리일을 보고 있답니다. 삼청동에 사는 56세 정문수 씨는 지난 97년 철저한 영농계획을 세우고 강원도 철원군에 땅 수백 평을 구입하였으나, 아예 시작도 못하고 8년째 잡초가 무성한 채로 땅을 놀리는 케이스입니다. 이 분 역시 영농을 포기하고 상경해 지금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 일을 보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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