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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1984

by mariannne 2007. 6. 11.


1984
(조지오웰 저 ㅣ 민음사)

너무나 유명해서 별 말이 필요 없는 소설이다. 1984년, 개인의 자유는 커녕, 조작된 역사로 모든 사고思考마저 정지된 시대. '텔레스크린'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인간의 욕망마저 통제된 시대에 '거대 권력' 앞에서 저항하다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실감하고 마는 처절한 개인의 이야기이고, 전체주의의 극한을 보여주는 암울한 이야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작품은 1948년에 씌여진 '미래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중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행사와 토론회, 퍼포먼스가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펼쳐졌고, '권위주의만 무너진 게 아니라, 권위마저 무너져버려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스포츠가 되어 버렸다'는 한 교수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2007년 봄, 이 땅의 '민주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시대에 소설 속 '통제'를 실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6월 항쟁 20주년, 1987年 6月 그리고 오늘”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 국회의원은 '정치의 권위주의는 해소됐지만, 시장의 권력'이 우리를 지배한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며칠 전 "구글 스트리트뷰"의 사생활 침해로 인한 논란이 불거지기도했다.

소설 "1984년"의 '텔레스크린'처럼 누군가가 계속 우리를 감시하며, 김규항 선생이 '밤의 주둥아리들'이라 표현한 '네티즌'은 어떤 대상이든 눈에 거슬리면 비판하고 까부순다. 부와 권력은 항상 어딘가에 치우쳐 있으며 여전히 '대다수'의 것은 아니다. '민주화'가 실현되었다는 판단도 유보할 것이지만, 설사 그 '민주화'가 활짝 피었다고 해도 "1984"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의 '빅브라더'는 누군가에게 악몽처럼 계속 찾아올 것이고, 그것은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다.

책 속 구절 :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빅 브라더가 있다. 빅 브라더는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모든 성공, 모든 성취, 모든 승리, 모든 과학적 발견, 모든 지식, 모든 지혜, 모든 행복, 모든 덕성이 그의 지도력과 영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빅 브라더를 직접 본 적이 없다. 벽에 나붙은 포스터 속의 얼굴과 텔레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보고 들은 것의 전부이다. 그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선 그가 언제 태어났는지 확실치 않다. 빅 브라더란 당이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설정한 가공인물이다. 그의 역할은 집단보다 개인에게서 쉽게 느껴지는 사랑과 공포와 존경과 감동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빅 브라더 아래에는 오세아니아 인구의 2퍼센트도 안 되는 600만으로 구성원이 제한된 내부당이 있다. 그리고 내부당 아래에는 외부당이 있는데, 내부당이 국가의 머리라면 외부당은 그 팔에 해당될 것이다. 외부당 아래에는 '노동자'라 하여 전인구의 85퍼센트에 해당되는 벙어리 같은 대중이 있다. 앞에서 사용한 분류 용어를 쓰자면 노동자는 '하층계급'으로, 이 정복자에서 저 정복자의 손에 끊임없이 넘겨지던 적도 지방의 노예들이다. 그런 만큼 이들은 사회구조에 있어서 영구적이거나 불가결한 존재가 될 수 없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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