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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오늘의 거짓말

by mariannne 2007. 7. 25.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저 | 문학과지성사)

작가의 전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딱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재미있어 책장이 빠르게 넘아간 기억은 남아있다.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이 나오자마자 너무 당연스럽게 서점으로 갔고, 한 편 한 편 읽으면서는 남아있는 분량이 줄어들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정이현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 대화를 나눈 기사를 읽었다. 정작가는 "당신 소설의 특징으로 ‘잘 읽히는 것’을 든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듣고 있다. 하지만 간혹 쉽게 읽힌다는 이유로 문학의 깊이가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했고, 이에 대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렇게 답했다. - "사실 문장을 복잡하게 쓰는 게 더 쉽지 않나. 계속 고치면서 문장을 단순하게 하고 쉽게 만든다. 애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번역도 염두에 둔다. 문장을 복잡하게 쓰면 잘못 번역할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나는 형용사 같은 수식어는 많이 안 쓰려고 한다. 그래서 빨리 읽히는 문장이 나오고, 사람들이 내 소설의 이야기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나는 그런 문체가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도대체 깊이가 없다는 게 무어냐'는 고민을 하며 자살한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속 여주인공과 달리,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녀는 밝고 명랑하며, 자신감에 차 있다. 도대체 깊이에의 강요가 무슨 대수더냐.

"오늘의 거짓말"에는 열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보통 소설집에서 열 편 중 서너 편은 지루하거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정이현의 소설은 모두 재미있다. "빛의 제국"을 제외하면, 2007년 대한민국 땅 어디에선가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을 이야기들(이거나 "삼풍백화점" "비밀과외"처럼 지금의 30대가 지난 날을 회상하거나)이고, 순식간에 다 읽어버리고 나면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어버리게 되지만, 읽을 때 만큼은 즐겁고 행복하다. 또 한참을 기다려야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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