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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시간을 파는 남자

by mariannne 2007. 6. 25.

시간을 파는 남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저 | 21세기북스)

5분의 자유시간을 단돈 1.99$에 판다면

주인공 TC(Tipo Corriente)는 어느 날 자신의 인생 대차대조표 오른쪽 ‘부채’ 항목에 ‘35년’이라는 내용이 기입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달리 말하면 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 담보대출금은 결국 인생을 저당 잡힌 결과’(p.25)라는 것이다. 적두개미의 생식체계를 관찰하고 싶은 꿈이 있지만, 회계사 일을 하며 충분한 돈을 모을 때까지는 결코 꿈을 실천할 수 없고, 그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온 세상이 갈망하지만 가질 수 없’(p.52)는 것이 바로 ‘시간’이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TC는 기발한 발명품을 생각해 냈으니, 바로 5분이라는 시간이 들어 있는 작은 플라스크였다. 특허를 획득하고 우연한 기회에 TV 홍보 기회까지 잡은 그에게 아파트 주차장 한 켠의 사무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주문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즐거워했고, 모두가 행복해졌다. 5분의 자유 시간을 가지면서 업무 능률도 향상되어 기업들도 좋아했다. 대통령은 ‘일국이 국민들에게 자기 시간을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한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징표’(p.121)라며 극찬했다. 이후 플라스크의 용량이 점점 커져가면서 상황은 달라지지만…

이 책은 소설로서의 가치보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을 갖기 위해 ‘돈’을 번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한가로이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에게 ‘왜 그렇게 할 일 없이 고기나 잡고 있냐’며 묻는 의욕 넘치는 샐러리맨의 이야기같다. 그 샐러리맨의 최종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 ‘한가로이 고기나 잡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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