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인간 실격

by mariannne 2007. 3. 4.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 | 민음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수차례의 자살 시도와 마약 중독, 정신 병원 수용 등의 파란 만장한 삶을 살다 서른 아홉 나이에 요절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과 이 책의 주인공인 ‘요조’의 일생은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자전적 소설인 것이다. 읽다 보면 이게 다자이 오사무의 약력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소설의 앞장에서 읽은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인 요조의 일생을 읽는 동안 실제로는 ‘인간 실격’ 수위의 행동을 하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 심리를 자꾸 이해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수 많은 착하고 불행한 여자들이 그를 지나쳐가고, ‘속물’의 대표격인 호리키와 넙치가 버릇처럼 등장하며 요조의 인생은 점점 정상에서 멀어져 간다. 마지막 순간에 ‘이 수기를 쓴 광인’이라는 표현을 읽게 될 때에야, 아, 이 사람 정상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을 만큼 몰두하게 된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우리 주위의 어느 누구와 닮아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민음사에서 나온 이 책에는 "직소"라는 단편도 함께 실려 있다.

책 속 구절 :
즉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웃 사람들의 괴로움의 성질과 정도라는 것이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용적인 괴로움, 그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괴로움. 그러나 그 괴로움이야말로 제일 지독한 고통이며, 제가 지니고 있는 열 개의 재난 따위는 상대도 안 될 만큼 처참한 아비지옥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자살도 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 정치를 논하며 절망도 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고 살기 위한 투쟁을 잘도 계속하고 있다. 괴롭지 않은 게 아닐까?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한번도 자기 자신에게 회의를 느낀 적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편하겠지. 하긴 인간이란 전부 다 그런 거고 또 그러면 만점인 게 아닐까. 모르겠다…… 밤에는 푹 자고 아침에는 상쾌할까? 어떤 꿈을 꿀까? 길을 걸으면서 무얼 생각할까? 돈? 설마 그것만은 아니겠지. 인간은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돈 때문에 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아닐 거야. 그러나 어쩌면…… 아니. 그것도 알 수 없지…… (p.16~17)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4  (0) 2007.06.11
펄프 : 어느 청년의 유쾌한 추락 이야기  (0) 2007.06.03
러시 라이프  (0) 2007.01.01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0) 2006.12.19
달콤한 나의 도시  (0) 2006.10.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