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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by mariannne 2006. 12. 19.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저 | 문학동네)


성석제의 작품과 “그리하여 그녀는 짝퉁 배철수와 결혼하였다”(김전한, 랜덤하우스중앙)의 중간쯤에 놓여질 것 같은 소설이다. 유우머 감각 풍부하고 신선하며, 재기발랄하나 성석제만큼의 내공은 아니고, 김전한 보다는 진지하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대책 없이 웃겨주는 박민규가 낫다는 생각이지만 이 책도 만만치는 않다. 요즘은 이런 소설들이 트렌드인걸까. 한때는 여성 소설가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인기더니, 이제는 위트와 재치가 빠지면 안되나 보다. 트렌드에 따라 독자의 취향도 바뀌는지, 이런 소설이 점점 좋아진다. 진지하게 몰입을 하다가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 국기를 훔쳐다가 파는 한 남자, 새벽에 국기 게양대에 오르는데 옆에서 또 다른 남자가 같이 오르며 말을 건다. “심심해서 오르는 것”이라고 둘러대자, 상대방 남자는 “아저씨도…… 그러니까 아저씨도, 정말 그게 전부는 아니죠?”라며 은근히 떠 보는데, 실토를 하려는 순간, “사실은…… 저도 국기게양대를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국기를 훔치기 위해 게양대에 오르는 남자와 국기 게양대를 사랑하는 남자가 만난 것이다. – 대체로 이런 식이다.
8편의 소설 중,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 “원주통신” “수인(囚人)”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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