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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by mariannne 2006. 10. 16.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저 | 문학과 지성사)

2006년을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은 왜 그리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걸까. 이 소설 속 은수, 재인, 유희의 인생은 친구의 동료, 혹은 동생의 선배처럼 한 다리 건너에서 수 없이 들었을 법한 스토리의 총 집합인데, 그 뻔한 스토리가 앉은 자리에서 꼬박 네댓 시간을 꼼짝 않고 읽어낼 정도로 재미있다. 재미로 치자면 박민규 못지 않고, 빨리 읽히기는 유이카와 케이 저리 가라다. 20세기 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려던 혜완, 경혜, 영선의 삶도 그랬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칙 릿' 혹은 '칙 북'이라는 '섹스 앤 더 시티' 류의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시작으로 '쇼퍼 홀릭'을 거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정점을 이룬,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면서, 그 주인공 나이의 여성들이 열광하는 소설을 말하는데, 이 책도 그 류에 속하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나보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거다. 너무 발랑 까질 수도 없고,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도 없다. 까칠하다가도 단정해지고, 비밀스럽다가도 싱거워진다. 적당히 교훈적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반전만 아니었다면, 정말 '베스트극장'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뜻하지 않게, 갑작스레 만나게 된 이 젊은 작품에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앞날에 크나 큰 기대를 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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