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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by mariannne 2023. 11. 2.

 

사회 정치 > 사회비평/비판 > 한국사회비평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저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출근이 즐거운 직장'이라는 게 가능할까? 그게 아니면 '출근이 덜 괴로운 직장' 정도는 어떤가. 우석훈 박사의 이번 책 주제는 '직장 민주주의'다. 과로로 인한 자살, 학교식 선후배 서열 문화, 여직원을 '꽃'으로 생각하고, 주말에 임원이 앞장서 등산 가는 회사, 이것이 대한민국 직장이다. 직장 내에서 팀장 민주주의, 젠더 민주주의, 오너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런 '직장 민주주의'를 현실 직장에 대입해  KBS 민주주의, 아시아나 민주주의, 병원 민주주의, 학교 민주주의, 삼성 민주주의, 서울우유 민주주의, 카카오 민주주의, 여행박사 민주주의 등으로 설명했다.  KBS에서부터 삼성까지는 직장 민주주의가 요원한 조직이고, 서울우유부터 여행박사까지는 각각 협동조합, IT기업, 중소기업으로 직장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또는 꽤 실현되고 있는 조직이다.  ​

저자에 따르면, 북유럽 나라들을 지탱하는 경제의 두 축이 '복지'와 '직장 민주주의'이고, 그 다음이 '풀뿌리 민주주의'다. 복지는 돈이 많이 들지만, 직장 민주주의는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치 민주주의처럼 거대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직장 민주주의는 몰라서 안하는 것이지, 어려워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직장 민주주의의는  '제도로 하고, 대화로 하고, 투표로 하고, 분위기로 하는 거'라는 솔루션을 내놓는다.  남자와 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를 기본으로, 계열사든 협력사든 관계사든 어쨌든 직장간에도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주말에 워크샵이라는 이름의 단체 생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회사 가는 게 즐거운 직장 민주주의 실현, 그런 날이 오면 좋긴 하겠다. 

 


​책 속 구절: 
[...] 아주 성격 안 좋고 기본 안 된 개인이 존재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 새끼가 개새끼"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결국은 구조의 문제다. 사람이 나빠서 벌어지는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직장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구조화된 장치가 없다면 한때는 선량했던 사람, 집안에서는 선한 아버지인 사람도 사장이나 팀장의 자리에서 충분히 '개새끼'가 될 수 있다. (p.6)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책 작업을 하면서 두 가지 문장을 떠올렸다. 하나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그런 얘기 나오는 조직은 망한다. 절이 싫다고 떠난 스님들 뒤로, 절이 너무너무 좋은 중들만 남은 한국 불교계를 보자. 말도 아닌 소리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문장을 생각했다. 경제학 용어로는 민주주의와 효율성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이 모양으로 헤매는 것은 직장 민주주의가 딱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찾은 결론이다. (p.7) 

[...] 회사 차원에서 다 같이 등산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등산만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같이 지내게 되었다. 결국 회사는 어떤 결정을 할까? 나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등산을 가기로 결정한 회사는 아직 직장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나마 등산은 가지 않기로 한 회사는 직장 민주주의에 조금 가깝다. 

이 문제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좀 물어봤다. 일본에서는 일부 제조업 회사가 후지산 같은 데 1년에 한 번 정도 가기는 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젊은 직원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가, 창피만 당했다. 유럽에 무슨 산이 잇다고 등산을 해? 이게 첫 번째 반응이고, 진짜로 회사에서 휴일에 단체로 어디 나가서 놀자고 하면, 노조에서 가만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란다.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사회에 올라갈 사안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등산이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일 수 있다. 다만 여러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는가, 이게 직장 민주주의의 진짜 질문이다. (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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