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사회·정치·역사

시크:하다

by mariannne 2023. 11. 2.

 

 

인문 > 인문일반 > 인문/교양 일반

시크 : 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저 | 와이즈베리 | 2018년 08월 

종종 방송에 나와 외국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 조승연의 최근작이자, 20번째 저서다. 저자는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드루브르에 합격하고, 2년간 그곳에서 공부했다. 이 책은 그가 서른살을 전후해 프랑스에 살면서 체득한 프랑스식 삶, 그리고 그 이후에 프랑스 지인들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쓴 것이다. 

프랑스인은 불편하더라도 익숙한 것을 즐기고, 편리함보다는 '예측 가능한' 편안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미각과 취향을 중요시하며, 기껏해야 70~80년인 짧은 인생이라 그동안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다. 프랑스는 본디 '유럽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족관이 뿌리 깊게 박힌 나라'(p.129)이지만, 혁명의 나라답게, 68혁명 이후 가족관계마저 혁명적으로 바뀌어 결혼제도가 파괴된 나라다. 루소의 <에밀> 출간 이후에는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고 일깨우도록 하는'(p.162) 교육방식 때문에, 아이에게 엄격하면서도, 반면 간섭도 하지 않아 가족 휴가를 갈 때 아들의 여자친구나 딸의 남자친구와 같이 가기도 하고, 자식의 이성친구가 집에 와서 자고 가도 별말 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게 된 나라다. 이게 선진적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공한 인생이란 휴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보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는'(p.190) 사람들, 한 달 휴가를 위해 1년을 일하는 사람들, 과시 소비가 없는 나라, 그런 건 좀 부럽긴 하다. 

책 속 구절: 
[...] 프랑스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야심 있는 프랑스인의 전형이다. 그는 교육열 높은 뇌이쉬르센 출신으로, 3대 그랑제콜인 고등정치학교, 고등행정학교, 고등상업학교를 모두 졸업한 사람이다. 일찍 정치에 입문해 프랑스의 사회당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사회당 내 정치적 동료이자 라이벌인 세골렌 루아얄과 교제하다가 루아얄이 대통령에 출마한 2007년에 결별했다. 그리고 기자 출신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연애를 시작했다. 

거물 정치인의 이런 자유로운 연애 행각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올랑드 대통령이 여자친구와 함께 외국을 방문해서 공식 행사에 참석하면 '그녀를 영부인으로 의전해야 하는가'라는 이슈로 고민한 나라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이 되고 얼마 후, 샴페인을 손에 든 채 스쿠터를 타고 영화배우 줄리 가예트의 집에 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었다. 이 사진은 전 세계에 가십 기사로 퍼져 나갔다. 그때 내가 프랑스 친구들에게 현지 반응을 묻자, '창피하다, 얼굴을 드 수가 없다'고들 말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으로 프랑스다웠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엘리제궁에 좋은 와인도 굉장히 많을 텐데, 저 공장 샴페인을 들고 가다니. 게다가 그 옷차림은 또 뭐람." (p.200~201)

​일국의 국가원수 중에 동거하는 여성이 바뀌는 경우나, 엄마뻘의 이혼 여성과 결혼한 경력이 있는 경우는 프랑스 말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나이 들 때까지 정치적 성공을 위해 독신으로 살다가 '나는 나라와 결혼했다'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더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다. (p.202)

댓글